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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사랑. 18 중3시절 꽃잎처럼 흘러간 나의 노래들|

작성자
황종원
작성일
2020-03-03 15:13
조회
1092



 



|


1967년에
기전여중, 고에 근무하던 작가 최 명희는 서무과 직원이었습니다. 내가 훗날 기전 여고를 방문하여 교장 선생님을 만나서 알아보니
필경사로 근무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 전북 대학을 나온 뒤 작가 최명희는 모교 교사로 임용됩니다.



때 글은 아직 가정 형편으로 대학을 못가고 학교 서무과 직원으로 힘든 생활을 할 때 글입니다. 더구나 이 글은 중 3시절 일기를
원래대로 실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다소 가필이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소녀 최 명희 글에서 좀 더 나이 먹어 쓴 글과 달리
풋내가 느껴집니다. 전북대 시절과 견주니 잘 닦여진 글 보다 여기 글이 풋풋하고 덜 다듬어진 맛이 있군요. 그러면서 혼불의
글맛처럼 여기 글도 맛깔스롭고, 그래요, 그래. 글맛이란 사람 사람마다의 글씨체처럼 젊어 한 때의 그 체가 노년까지 끌어오듯 작가
최명희 글맛은 이때 벌써 농익은 맛갈스롬이 다정합니다. 그런 평을 작가 최명희가 어찌 생각하든, 세상에 나온 글은 이제 작가의
것이 아니며, 내 품을 벗어난 자식이니, 자, 이제 그의 중3 때 글을 보시고요.

모두를 싣지 못하고 일부만 발췌하였습니다. 



꽃잎처럼 흘러간 나의 노래들


나의 중3시절

최 명 희

<현재 기전 여중고 근무>


1962년 7 월 27일

중략
...남들은 그 푸른 생명으로 힘찬 여름 한나절에 왜 그 잎은 이미 시들어 갔을까. 왜 채 물들지 않은 철 이른 계절에 혼자만
이름 없이 죽어 갔을까…. 중략 ...7월의 落葉.생각해보면 철학은 사소한 곳에서 바탕을 두고 있는지 모른다. 정희는 그 낙엽을
<자연의 궤도를 벗어난 문제아> 란다.


1962 년 12월 19 일

온통 교실이 크리스마스 캐럴과 카드로 들떠 있었다.  중략...우리 훗날에도 이 날을 기억하자면서 내 이름을 냉하라 지어준단다. 찰 냉 (冷)하고 물 하 (河) -.내가 그렇게 항상 얼어 있는 강물 같으냐고 하며 웃었다. 예쁜 이름이었다.


1963년 1월 22일

중략... 항상 <그 선생님>을 생각 키우던 강당에서 나는 이제 이 학교를 떠납니다.…하고 졸업가를 불렀다. 눈물이 마음속으로 녹아 흐르며 자꾸만 음성이 떨려 왔다.  중략...
어느 훗날, 내 무릎에 놓인 뜨개질 감을 놓고, 잠시 창 밖을 바라볼 때, 그 때쯤이면 나는, 꽃잎처럼 흘러 간 나의 작은
노래를 기억하겠지. 낡은 일기장 갈피, 묵은 편지들의 잊혀지지 않는 구절들로 나는 아주 많이 그날들이 그리워질 게다. 강물처럼
소리 내며 가슴을 흘러갈 그런 그리움들 말이다.

―-<전주 기전여자중고등학교 교지 (기전 제 8호) 1967/12 p132-133>----


정말 그립고도 따뜻한 글입니다. 도저히 중3 학생이 쓴 글 답지 않게 대단합니다. 그러면 같은 해, 1967년의 내 글은 이렇습니다.



캠 퍼 스 1 년


중앙대학교 경상대학 경영학과 2년


황 종 원


3월이
갔다. 3월이 온다. 3월과 3월 사이. 거기에다 뿌리 내린 색색의 의미가 하나하나 밀어로 기립되어 온다. 세월은 유려하다.
유려한 세월에도 묻혀 오는 한은 있다. 사각의 가슴이 덜 찼다는 이유로, 이렇게 가라앉은 오후에는 의 의미를 풀어 젖혀야만 했다.


생활의
방향…. 두 서넛의 가능성만이람 어떠냐. 희망이란 건조한 현실에서 청량음료 이상으로 쾌미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뒤를 옭는
좌절감이 추월하기 전까지는. 그만큼 상대적인 환희의 부재가 거드름 핀다. 그 부재가 회의를 몰고 온다. 고집해도 , 그래도 산고의
아픔을 위한 '엄마'의 잉태는 있어야 하지 않은가. 이제 막…전공 서적에다 나의 묘혈을 파리라. 묵은 일력과 함께 뻗대던 과연
묘혈을 판 선언이렷다."부정적인 미래와 동거 해야 할 바래움이 시퉁하다.  


중략...



조물주의
권능을 차용 할까 나. 를 오늘 저녁쯤 색색으로 꾸미자꾸나. 일방통행중의 우정… 情은 온도계로 가늠 못 할 열을 의복인양
두른다. 골라서 끌려들고, 두껍게 묶이는 내 경우. 잔을 돌린다. 이윽고 술이 사람을 먹었을 때, 잽싸게 그는 두 몫을 치른다. 못
이기는 체 하며 나는 그것이 우정의 변형이라는 강요를 강제 당한다. 동양 군자는 은혜( ? )를 값지게 새겨야 하느니-.그에게
일편의 엽신을 답례 대신 삼았다.― 오랫동안의 무언이 有恨이다. 맘은 너에게 기우는 데 몸뚱이는 네가 있기에 너무 먼 거리를 돌며
어느 하루를 상실했다.


중략...


너를
찾아 가리라. 묵은 기억을 나누어 갖는 시간이 그립다. 기다려라. 나의 고뇌를 너의 환희와 맞바꾸러 가마. ?- 욘석아.
골고다의 성자가 코리아에서 부활했다니 ?요 놈, 유다야.싹수 노란 친구의 말이다.― 나 혼자 도맡던 실의까지 덧 붙여 주마.
알간? 무료로 희생 중이시다.―3월의 상큼한 감각이 떠돌고 있다. 나목에 꽃 샘 바람이 가지를 울리며 치달린다. 봄은
이제부터이다. 건강한 언어를 한 바리 가슴에 잇댄 체, 못 다한 한이 있대도 다음일랑 참자.웬지 내일을 기다린다. 기다려지는
내일을 두고두고 생각 키울랸다.곱게 가꾼 마음을 저 만큼 두고 보며, 오늘은 이렁저렁 살아야 한다.

----- <중댁신문 제 329호, 1967/03/23(목)p4-------------------


무슨
이야기인가요? 그 당시에 잘 쓰지 않던 한문 용어가 사슬처럼 힘에 겹군요. 글의 주제가 무엇인지. 사랑을 찾았으나 사랑은 없고,
공부를 한다 작정하고 그냥 세월이 부질없이 간다는 것이며, 친구를 만나도 늘 고독하다는 이야기군요. 작가 최명희와 내 글이 아주
비교가 됩니다. 그의 글은 물 흐르듯 가건만, 내 글은 숨이 가쁘고 생각이 여기 저기 뜁니다. 그러나 저마다 가슴에 담긴 감정은
왠지 쓸쓸한 그늘 입니다.


여기 글 가운데 그의 글은 아주 소중합니다.

내 글은 나에게만 소중하지만 작가 최 명희 그 시절  글은 모두에게 소중한 글입니다.


우리는
춘원 이 광수, 李箱 金海卿(김해경), 이 문열, 무라카미 하루키의 중학교 때나 대학시절의 글을 본 적이 있습니까. 어쩌면
망각의 여로에 나그네처럼 떠나갔을 이 글을 전해 주신 기전여고 교감 김 환생선생님께 새삼 감사드립니다.

MBC FM <여성시대> 방송작가 박금선씨께 감사드립니다. 세상의 인연이란 알 수 없는 일이 박 금선씨와 내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애, 우등상이나 백일장에서 단 한 번의 상을 받은 일이 없는 나는 올해 4월에 MBC에서 있었던 '신춘편지쇼' 에서 ' 동상'
을 받는 기쁨을 준 분입니다. 시상식장인 용인 에버랜드에서 작은 몸매의 여인이 휴대 전화기를 들고 이리 저리 뛰면서 시상
대상자를 전화로 찾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보조 PD인가 했더랬지요. 그리고 잊었습니다.



뒤 9월에 다시 내 다른 글이 방송을 타고(나는 그 방송을 못 들었고, 아직도 방송 테프를 받지 못했지만…), 나를 취재하자고
했을 때, 나는 행여 만날 장소에서 서로 못 볼까 내 옷차림을 말하려드니 박금선 씨는," 저는 알고 있어요. 지난 번 봄에
뵙잖아요." 해서 나는 깜짝 놀라며 나를 알 턱이 없는데….취재하기로 한 약속 장소에서 그 이를 만났을 때 바로 그 꼬마 PD인줄
알았던 이가 방송 작가 박 금선 씨였답니다. 내 일생에 보통 사람이 가끔 재미 삼아 갖는 소원처럼 한 번 책에 내 글과 내
이야기가 나오고 싶었던 꿈을 꾸어보았답니다. 물론 교만한 욕심이지요. 탤런트도, 남에게 선행을 한 일도, 뛰어난 일을 한 일도
없는 시중의 사람이 무슨 일로 남이 알아주는 좋은 잡지나 신문에 나올 수가 있겠습니까.


 

                                 여성시대 1999년 10월 호



아마도
박금선씨가 (혹은 여성시대 스탭이) 나를 ' 여성시대가 뽑은 10월의 이 사람'으로 뽑아서 잡지에 내준 것은 무슨 귀신에 씌어서
일 것입니다. 그 글은 보통 직장인의 평범한 반생으로 과연 10만부가 나가는 '여성시대' 독자들에게 무슨 감동을 줄 지 잔등에
소름이 돋습니다. 다른 한 편, 그 여성 시대 10월 호는 내게 희망과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작가
최명희 어린 시절의 글을 찾는데도 나는 10월 호를 써먹었답니다. 김환생 교감 선생님께" 여성 시대 10월 호에 나온 누구
입니다. "해서 괜스레 재는 듯이 자기를 소개했습니다. 교감 선생님께서 여성 시대를 보셨을 리는 없지요. 어찌 어찌해서 보시게
되면 (박금선씨가 책을 보내주시면 내가 보내드려서 보시겠지요.) 더 좋으련만…교감 선생님께서는" 아주 훌륭하십니다. "했을 때
아차 싶더라고요.


그리고
작가 최명희의 동생인 최선희 씨에게 작가에 대한 독자로서 흠모와 존경을 글을 띄우면서 나는 '여성 시대'를 보냈습니다. 최선희
씨가 내 글과 여성 시대를 보았을 때, 독자인 나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조금은 친밀감을 느꼈을까. 보성 여고를 방문했을 때, 내가
여성시대를 도서실 담당 선생님께 보여주자 선생님의 눈빛이 부드러워지니 내가 어찌 MBC방송 작가인 박 금선 씨에게 고맙다 하지
않으리까. 내가 ISO지도를 나가서 '여성 시대'를 주니, 그 회사 사장은 " 이렇게 훌륭한 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합디다.
사실 ,그 글에 내가 훌륭한 일을 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열심히 살았다는 말이면 몰라도….열심히 살아온 내 반생을 박금선 씨가
열심히 써주셨으니 그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더구나 박금선 씨는 작가 최 명희가 MBC에서 방송 작가로서 한 동안 근무했었다는 말을 해 주기까지 했답니다. 더 반가운 일은 내가 쓰는 작가 최명희에 대한 글을 매일 꾸준히 지켜보는 것입니다. 



(199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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