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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사랑. 17 동국대 문학 콩클 단편 소설 부문 제압한 여고 2학년생

작성자
황종원
작성일
2020-02-21 17:17
조회
1055






연등은 동대입구 전철역에서 학교 후문까지 둥실 둥실 떠있습니다.

간밤 동안 비에 젖은 체, 방금 지난 석탄일의 피로가 매달린 듯 줄줄 매달린 체.

진다홍 홍선홍 꽃잎이 아직은 한 다발 한 다발 연등 아래에서 춘곤증의 하품을 하는 이 길을 걸어 학생들이 교정을 향해 갑니다.

나잇살 먹은 이는 나 혼자뿐.

지금 중구청 정문에 바로 우리 집이 있었지요. 우리 집과 여러 집이 헐려서 중구청이 되었습니다. 

내가 영희국민학생일 때는 을지로 4가에서 동국대학교 입구 까지 오르막길이라서 눈이 펄펄 내리고나서 빙판길이 었습니다. 꼬마들이 설매타던 길입니다. 그리고 별들의 고향 최인호가 같은 또래로서 놀던 길입니다. 

내가 중학생 일 때, 고등학생 일 때. 대학 다닐 때 자주 오가던 장충단에서 이어지는 이 길을 참 오래 만에 와봅니다.


중학생 때는 여기 소나무 마다 가득했던 송충이를 잡으러 왔었고, 고등학생 때는 근처에 있던 도서관에 오느라고, 대학생 때는 데이트를 하러 이 근처에 왔으니 다정다감이 병인양 했던 길이 여기입니다.


교정 안에 들어서면 본관 석조전 건물이며 자천 타천 유명하던 양 주동 박사께서 풍운을 일으켰던 시절의 동국대학이 우리 집에서 200여 미터 떨어져 있었기에 가을 복판에 문학의 밤이 있기라도 하면 그냥 가슴이 부풀어 청중 속에 묻혀서

“ 나도 언젠가는…”

하는 부질없는 기약은 정말 부질없는 기약이 이었지요.

사실 이번도 부질없는 걸음이 아닐까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

한 번 와야지. 한 번.

기약을 하면서 한 해를 훌쩍 넘겼었군요.


1999년 12월 작가 최 명희 1주기에서 만났던 작가의 친구이며 KBS 방송 작가 이금림에게 나는

“ 학창 시절에 연세대학에서 상을 받았더군요. 다른 곳에서 혹시 상 받은 일을 아십니까?”

“여기 저기 많이 받았어요. 동대에서도 받았지요.”

그 말을 나는 스치고 갈 수 없었습니다.

동대일 수도 성균관 대학일수도 또 다른 어느 대학일 수도 있었으나.

동대라고 했던 그 말은 아주 깊숙이 내 기억에 박혀있었습니다.


동대 신문이 국립도서관에는 없었고요.

그 곳에 없으면 다른 도서관에는 있을 리가 없지요.

그렇다면, 동국대학의 대학신문사에는 최 명희의 기록을 찾을 수 있으리.

서울에 있으면서 왜 그리 여기 오기 이리 오래 걸렸나.

마침 오늘은 내 개인적인 일에서 벗어났습니다.

오직 작가 최 명희를 찾는 데 보내리라 .


동대신문사는 학생회관 지하에 있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호회 방의 분위기가 신문사에 있군요.

이런 곳을 찾는 요령은 되도록 때 안 묻은 얼굴을 찾는 일이지요.

그리고 출입구에 가장 가까운 사람을.

내가 들고 다니는 무거운 가방을 보면 사람들이 으레 느끼는 감정으로 무엇인가 팔러온 세일즈맨으로 인상을 받을까 조금은 자조하면서 나는 나와 눈이 마주치는 시선은 따라 갑니다.


“ 과거 신문을 보러 왔습니다. 62년도에서 65년도까지. 신문 축쇄판이 있으면 .”

나와 눈이 마주친 여학생은 자기보다 좀 나이 들어 보이는 다른 직원에게 묻습니다.

“ 서고에 있다. “

내가 서 있는 위치에 바로 서고 앞입니다.

여학생은 바로 내가 찾는 년도의 신문 축쇄판을 뽑아 주었습니다.

신문을 받아 보면서

“ 혹시 동대에서 고교생들의 문예 콩클을 언제 합니까?”

“ 지난 주로 마감이 끝났는데요. “

“ 5월에 하는 군요. 콩클에 입상 한 학생들의 글을 따로 모아서 문집을 만든 것은 없습니까?”

여학생을 다시 언니에게 묻고 내게 다시 전하기를

“ 없습니다. 신문에 나온데요. “


나는 축쇄판의 목록을 봅니다.

1964년 5월.

문학 콩클 기사가 있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마치 잊어버린 누이의 소식을 찾는 양.

반가워라.

과연, 고2짜리 최 명희가 거기 있었습니다.


볼이 통통한 소녀의 얼굴로.

소설에 장원을 따낸 당찬 소녀, 최 명희.

나는 공연히 신바람 나서 동대신문사의 여학생에게

“ 혼불 최 명희를 알지요. 바로 여기 있지요.”

신바람 나서 합니다.

“ 미안하지만 복사 한 벌을 해줄래요.”

“ 복사카드를 사셔서 하시면 되요. “

하는 그 여학생에게

“ 그래요. 그건 압니다. 카드를 사서 두 장만 하면 그 카드는 내게 쓸 모가 없답니다. 학생이 카드를 가지고 있지요? 두 장을 해주시면 내가 그 만큼 두 장 몫을 드리면 안 될 까요. “

카드는 대개 3천원이나 5천원을 합니다.


“ 제가 해 드릴게요. “

학생은 내게 최 명희 관련 기사를 복사해줍니다.

그 마음이 고마워서 나는 " 자, 여기다 이름 좀 써줘요. “

하면서 나는 PDA인 파일럿의 액정 표면에다 학생의 이름을 받았습니다.


김아무게

" 저는 여기 사환예요. 기자 아녀요.”

했지만 그 마음이 곱습니다.


이 학생 보다 어린 나이 최 명희가 여기 동대 교정에 와서 부픈 마음에 글 쓰고 상 받던 그 시절이 목메도록 그리워집니다.


소녀 최 명희가 그 때 고 2때였고 나는 고3때입니다.

나는 문예반도 무슨 반도 아니었으며 취직 걱정을 하면서도 공부는 뒷전인 체 소설 보기와 여학생 꽁무니 쫒기에 한 세월이었지요.


전주에서 오다 보면 최 명희는 우리 집 앞을 지나 동대에 갔을지도.

길을 지나간 인연만으로도 나는 소중합니다.

신문기사를 어루만지면 다가오는 세월.

몸은 가난했으나 마음은 풍요로웠기에 더 그리운 시절입니다.


1964년 5월 22일.

동대신문제 260호


水準 높아진 十代 文學

제 2회 本社 文學 콩쿠르 入選者 56명중 10명에 施賞

장원엔 시- 누구. 수필 -누구, 소설 - 최 명희(전주 기전여고)


전국 남녀고학생문학 콩클 백일장은 예선작품 심사를 거쳐 온 56명의 俊材들이 모여 19일 상오 11시 30분부터 아카시아 꽃 내음이 흠뻑 배인 본교林間敎室에서 그들의 재주를 겨루었는데 시부문 장원에 송영섭군 (대전보문고. 주방), 소설 부문 장원 최 명희 양(전주 기전여고. 잊혀지지 않은 일), 수필 부문 장원 이 재순양(상명 여고. 옷) 이었다.


이번으로 두 번째가 되는 이번 백일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56 명의 입선자들이 모였는데 이 날 낮 10시 B102강의실에서 열린 개회식에 본사 편집인겸 인쇄인인 이 의균 학생 처장으로부터 격려사가 있은 다음 경과보고, 심사요령 및 주의 사항을 들은 후 백일장으로 들어갔다.


남산 기슭에 자리 잡은 임간 교실에서 아카시아 나무 그늘 밑에 흩어져 시와 수필, 소설을 골똘히 구상한 56명의 준재들은 약 2시간동안 그들의 실력을 마음껏 펼쳐 주옥같은 작품을 내놓았는데 이들로부터 제출된 작품은 곧 심사위원들 손으로 넘어가 그 자웅이 가려졌다. 이어 5시 30분 중강당에서는 시부에 3명, 소설부문에 4명, 수필부에 3명, 도합 10명에 대한 시상이 열렸다.


조 총장을 비롯하여 학내 인사들과 많은 관객들이 참석한 시상식에서 조 총장은 “ 석탄일에 전국고등학교의 문학소년 소녀들이 모여 기성을 능가하는 훌륭한 작품들을 내놓아 본사의 백일장을 빛 내주어 감사하며 더욱 분투하여 훌륭한 작가들이 되어 달라.”

고 당부했고 국회문공위원장도 간단한 축사를 했다. 한편 각부심사위원들은 심사작에서 이구동성으로 백일장 참가자들의 재질을 칭찬했다. 입상자는 다음과 같다.


소설부

장원 (문교부장관 상)

최 명희 (전주 기전여고), 제목 <잊혀지지 않는 일 >



늦바위 고개는 호젓했다.

그렇게 칙칙하고 음산하던 소나무들도 다 베어지고 잔 소나무만 엉성히 서있었다.

그리고 두려움의 대상이 혼자 되어오던 늦바위도 이제는 그저 한 바위덩어리의 형체만 남아 뭉턱하니 앉아 있었다.

중략....


입을 것도 먹을 것도 땔감도 없는 산골 사는 가족 이야기입니다.

갑작 병든 딸의 약을 구하러 간 아버지 죽고, 그 딸이 죽고 어머니는 재가하고 혼자 남은 소년의 회상입니다.

우리 세대 보릿고개 아니더라도 사시사철 덥고 춥고 배고팠던 때 이야기입니다 


단발을 양쪽으로 따아묶은 몽실 통통한 시골 소녀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고교생들을 제압하고 천하 통일을 했습니다.



심사위원이 당선 학생들에게 

훌륭한 작가가 되어달라는 말에 그야말로 웅자의 위치에 훗날 섭니다,

말은 이래서 씨가 되고 받아들이는 자에 따라 열매를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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