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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사랑. 19 ‘80 신춘문예 당선작 ’쓰러지는 빛‘

작성자
황종원
작성일
2020-03-18 16:05
조회
1494







보성여고 국어 교사 최 명희는 도곡동 13평 아파트에 살았습니다.

1974년 3월에 모교이며 직장이던 전주 기전 여고를 떠나서 최 명희는 서울 보성여고로 전임을 합니다.

해방촌 발치로 보면 산마루요, 남산으로 보면 산허리 위치에 학교는 있습니다.

남원에 대한 향수와 전주의 시냇물이 기억에 매단 체, 교사 최 명희는 해방촌에서 살았습니다.

교사 최 명희가 재직시에 나온 보성 여고 교지에 주소를 보면 해방촌 산 몇 번지하고 되어있군요.

언젠가 달동네에서 교사 최 명희는 도곡동 주공 아파트로 이사를 갑니다.

지금은 재건축 말이 나오는 방 둘과 연탄을 때는 아파트에는 화장실에는 세면기와 변기만 매달려 있지만 거실이라고 손바닥만한 공간도 있는 달동네에 비하면, 화사한 천국이었으리.

그 곳은 교사 최 명희가 작가 최 명희의 변신을 가져온 곳입니다.

지금은 누가 살까.


그 집의 현관 문 손잡이를 나는 잡아 보면서 작가의 손길을 느끼려 애씁니다. 거의 30년 전에 교사 최 명희가 여기서 ‘쓰러지는 빛’을 쓰고 ‘혼불’에 대한 구상과 집필을 했던 그 시절이 있었습니다. 내 손에 잡히는 철제 손잡이의 싸늘한 체온이 싸늘하게 느껴지지 않게 희망에 부풀어 있던 32살 여교사 최명희를 생각합니다.


그때 어머니 허 묘순 여사의 나이 53살 이니 지금 내 나이이구나.

교사 최 명희는 내 딸의 나이.


작가의 글을 눈으로 볼 때가 있고, 입으로 볼 때가 있으며, 손으로 볼 때가 있답니다.

눈으로 볼 때는 사건을 따라서 볼 때, 입으로 볼 때는 좋은 귀절이 있을 때,나는 요즘 작가 최 명희의 글을 손으로 봅니다.

그이가 글을 썼듯이 나는 그이의 글을 컴퓨터로 찍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작가 최 명희의 고3때를 지나 대학 3.4학년과 그 후 10년이 지나서 교사 때의 글을 연대별로 봅니다.

대학 때의 글의 흐름이나 전개하는 방법이 10년이 지나도 거의 판에 박은 듯 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랍니다.


글이 다듬어졌다는 것 말고는 전혀 변함이 없군요.


소설의 내용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

현실이 나오고 먼과거로 간다. 가까운 과거로 옮기다가 현실로 왔다고 다시 반복되다가 현실로 와서 앞으로 진행하다가 소설은 끝납니다.

이 기법은 혼불에서도 쓰여집니다.


그렇다면, 작가 최 명희의 완성은 이미 대학 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소설 <쓰러지는 빛>은 작가 최 명희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느낌입니다.

학창 시절의 글에서 보는 고향의 냇물과 아이들의 모습이 다시 한 번 반복 사용되고 있습니다.

심사원들이야 작가의 과거 작품을 본 일이 없으니 알 일이 없지요.


작가는 다시 한 번 고향 이야기와 살던 집 이야기를 꼭 완결시키고 싶었을 것 입니다.

작중에 <나>의 어머니의 이름은 妙順 씨이고 작가의 어머니의 실제 이름도 許 妙順 씨입니다.

작가는 어머니의 이름을 작중에 삽입하므로서 자기 자신의 이야기임을 분명히 합니다. 약간의 픽션을 섞었가면서...

그러나, 사람들은 어이 알랴.

작가의 간절한 마음을…

이 소설의 당선으로 작가는 혼불을 쓸 자신감을 얻게 되었으니 작가에 힘이 된 작품에 대하여 어찌 만감이 없겠는가요.

자, 시작합니다.


+++++++++++++++++++++++++++++++++++++++++++

1980년 중앙일보 신춘 문예 단 편 소 설 당 선 작

쓰 러 지 는 빛

최 명 희



남자는 하루 종일 마당에서 서성거렸다.

그것도 허름한 잠옷 차림으로.

한 손을 허리 춤에 찌른 채, 한 손으로는 가끔씩 부스스한 상고머리를 뒤쪽 으로 쓸어 넘기며, 발로 울타리를 툭툭 차 보기도 하고, 방안을 기웃 들여다 보기도 했다.

그리고는 크으음 목에 걸린 가래를 돋구어 팩하고 꽃밭에 뱉기도 했다.

아직 채 날이 밝지 않은 이른 새벽, 선 잠이 깨어 습관대로 창문을 열어 젖혔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남향진 창문 앞에 오동나무가 넓은 잎사귀를 무심하게 떨구고 있는 바로 그 나무 둥치에 한 손을 짚고 서서 이를 닦고 있는 남자를 발견한 때문이었다.




중략...


이야기 시작되면 우리 집에 새집 주인이 와서  야박한 행태를  벌입니다. 먼젓집이 나가기 전에 새 집 주인이  제집 살림살이를 가지고 들어 옵니다.  입으론 배려하는 척,  하는 짓은 갑질입니다.

원주인이 애지 중지 하던 오동나무를 팔려도 내 놓고 여태 전 주인이 돌아가신  이 집 아버지 명패를 바닥에 던져 버리고 제 명패를 기고만장하게 답니다. 

이 집의 명운을 지켜온 오동 나무가 웁니다. 이 집을 지켜준 빛이 쓰러집니다. 끝.


++++++++++++++++++++++++++++++++++++++++++++++++++++++


이 시절 1970~80년에는 이런 일이 다반사입니다. 망한 집이 있고 흥한 집이 있습니다.

집안의 가장이 죽으면 그 집은 집 팔고 셋집으로 갑니다. 한 방에 가족 모두 생활합니다. 

그러려니 사는 줄 알고 살았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충실히 묘사하여 신춘의 작가로서 등극합니다. ‘혼불’의 길로 가는 수순입니다. 


(199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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