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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사랑. 1 한길사 주최 제 2회 혼불 독후감 시상식 날 풍경

작성자
황종원
작성일
2019-11-11 17:50
조회
1354





예술의 전당안에 있는 서예관의 들어서서 식장에 들어서는 엘리베이터 문이 턱 열렸습니다.

눈 앞에 한길사의 김언호 사장이 있었구요. "다 아는 사람인데. 독후감을 쓰다니. 잘 썼다고 상을 주라니. 껄껄껄"하며 나를 반깁니다.

혼불 독후감 시상식을 조금 앞두고 있었지요. 편집부 K과장이 웃고 담당 H씨가 수상자 명단에 있는 내 이름에 출석점검을 하는 듯 합니다.


혼불 작가 최명희가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되었습니다. 1주기 행사를 예술의 전당에 있는 서예관 건물에서 했을 때 나는 작가 최명희의 흔적 ‘혼불 사랑’을 한 권으로 묶어 그이의 영전에 바치려고 갔었지요. 초면의 한길사 직원들은 나를 경계하다가 내 책을 보고는 사장에게 말하니 사장은 내 책을 잘 보관하라고 하더군요.


그 뒤 지나간 세월 따라 한길사에서 볼 때 나는 다루기 거북한 존재가 되어갑니다. 나는 순수하게 작가 최명희의 흔적을 치기 가득한 감상으로 쓰기도 하고 작가의 가족들이 꺼리는 속내까지 풀곤 했습니다.

한길사 사장이 나를 자기 사무실에 불러서 "최명희에 대한 글에 물의가 있으니 그만 쓰세요"하기 까지 합니다 . 말이 비록 내 정서와는 달랐어도 행여 작가에게 누가 될 까 보아서 나는 그 말을 따랐었구요.


작년에도 독후감 모집이 있어 나는 응모를 했고 탈락되었지요. 이번에는 쓸 마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작년에는 독후감을 13번이나 고쳐 쓰고 정성을 다하니 다듬어 쓴 만큼 절절했어도 쓰는 정성을 다해도 뽑는 이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글을 썼던 나의 한계가 아주 부끄러웠지요.


얼마 전, 내 글을 펴내 준 '흥부네박' 사장이 " 혼불 독후감을 모집하는 데 한 번 내보시지요" 했던 말을 듣고서 나는 좀 흔들렸지요. 혼불에 대한 마음을 지울 수 없어서 그냥 물 흐르듯 썼다가 두 서너 번 읽고 고치며 지나친 감상을 지우다가 더 보태고는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작년에 썼던 독후감의 감정이 내게 이입되어 들어가니 베낀 기분도 들고 작가 자신이 말했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던 한계가 투영한 듯한 괴로움도 있었구요. 이메일로 원고를 보내고 나서부터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수작이라고 내 감상문이 뽑혔습니다. 한길사 사장이 유독 나에게 아는 척을 하니 밀려간 세월에 쌓인 만큼 관심의 무게가 꾹꾹 눌려있는 듯 합니다.

시상식은 7시에 시작하게 되어 있어 100여 명이 이미 자리를 잡았지만 혼불이 세상에 알려진 만큼 작가를 기리는 독자들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독후감 수상자를 빼면 50여 명이나 모였을까. 혼불 작가 3주기 추도회를 함께 하니 작가의 유족들이 한 쪽에 그들의 누님이며 언니의 행사를 지키려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혼불은 평론가들에게는 버림을 받다시피한 책이었으나 혼불에 대한 사랑을 평론으로 이끈 장일구 씨가 사회를 맡았습니다. 그는 혼불 해설서라고 불리울만한 책 <혼불읽기 문화읽기> 를 펴냈습니다. 이번에도 작년에 이어서 그는 독후감 1차 심사를 했습니다.


시작하는 말씀으로 강원룡 목사가 말문을 뗐습니다. 긴세월을 최명희를 지켜보고 의지가 되던 분입니다.


"혼불이 대하드라마로 엮어지기를 바랬더니 아직은 안되었다. 혼불이 노벨문학상을 타기를 바라는 희망만 가지고 있을 따름, 혼불을 키워줄 사람들이 앞장을 서지를 않고 있으니 안타깝다. 혼불은 유족의 것도, 한길사의 것도 친구들 몇 몇에게 속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것으로 키워 가야 한다. 최명희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 혼불을 세상에 알려주고 책을 만들어준 한길사에 감사한다. 책이 되어 나와서 최명희는 세상에 알려저 상을 받게 되었다. 상을 받을 쯤에는 이미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암이 퍼졌지만 가발을 쓰고서 행사장에 참석을 해서도 단아하고 또렸하게 의사 전달을 할 때마다 가슴 아프고 안타까웠다. 1년 쯤 투병하면 혼불의 나머지를 쓸 수 있으리라고 본인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나는 이게 아닌데 하면서 안타까웠다. 나는 내가 맡았던 일에서 이제 벗어나 다른 이에게 내가 맡았던 혼불 알리기를 하려한다. 앞장을 서는 이가 없으니 너무 아쉽다. "


안타까운 말입니다. 혼불이 아직도 대접을 못받고 있다는 말입니다.

작가 최명희가 살았을 때 만들어진 혼불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 어디 갔는가.


혼불 독후감을 심사했던 고려대학 영문학과 서지문 교수가 심사가 어려웠다며 생전의 최명희가 얼마나 다감했는가를 말합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낭랑하게 마치 써놓은 글처럼 앞뒤가 분명했던 그이를 그리워하고 이른 죽음에 대한 애도의 감정을 풀었습닌다.


시상식이 시작되었습니다.


40여 명이 대상에서 입선까지 상 자치가 조촐하게 치러집니다.

대상에서 우수상까지는 생전의 작가가 아버님 처럼 모셨던 강원룡 목사가 하고 장려상과 입상은 작가의 친구인 이금림 씨와 다른 이가 합니다. 시상식이 혼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관하는 것이라지만 실제는 한길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되는군요.


  나는 우수상을 받았습니다.상금은 100만 원입니다. 


생전의 작가 최명희를 찍은 비디오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비디오를 찍을 때는 그이는 이미 생명의 시간이 다 되었다고 알리는 운명 속에 있었어도 평안하고 활기에 찬 모습이었습니다.


자리를 한 사람 중에는 인간시장 작가 김홍신 의원이 있었습니다. 가방 속에 있던 내 책 한 권에다가 짧은 말로 "신바람나게 일 해 주십시요" 하고 써서 주었더니 잠시후에 나를 보고는 "서문을 보았습니다" 하며 손에 들고 있던 내 책 <어머니. 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를 들어 보입니다.

“저는  ROTC9 기입니다. 선배님.”


수상식을 끝내고 식장 옆에는 부페식으로 저녁 먹거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삼삼오오 만나서 이야기를 합니다. 수상자들은 서로 서먹해서 함께 온 가족들끼리 말을 나누었습니다. 나는 수상자들끼리 서로 인사를 하는 자리를 바랬지만 9시가 지난 시간이라 접시에 음식 담기에 서로 바쁘군요.


장일구 씨가 줄에 서 있었다. "서울에 오시면 한 번 만나시지요"

하자 "서울에 강의가 없어서 올 일이 거의 없어서요"하는 그는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학 평론부문에 <전승의 담론, 교감의 미학-‘혼불’론>이 당선되어 문학 평론가로 활동중이며 학교 교단에서 서있는 혼불을 사랑하는 이입니다. 작년 여름에 나는 작가 최명희의 무덤에 나무 팻말 하나 없는 것에 분기가 일어서 그에게 전화를 걸어서 문제를 일으켜 달라고 성화를 댔었지요. 뒷날 작가의 무덤은 아주 단정하고도 어쩌면 지나치다 할 만큼 호사를 해서 나는 마음을 풀었습니다.


수상식이 끝난 뒤에 목소리만 알 따름이지 초면인 내게 다가와서 "축하합니다"하는 그 마음은 청년의 순수입니다. 나는 한길사 사장에게 다가갔다. "이제 최명희 씨 돌아간 날에는 행사를 하지 마시고 태어난 날에 하면 어떻겠습니까? 슬퍼지고 움추러 들게 되었지요"하니 김 사장은 "3년이 지났으니 탈상을 할 수도 있겠지요."


다시 "나도 수상금을 받아서 좋기는 하지마는 상금 보다도 주기적으로 혼불 마을을 문화탐방하는 모임을 출판사에서 주관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하니 김 사장은 "혼불을 사랑하는 모임이 활성화가 되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겠지요" 합니다.


"아까 사장님께서 유럽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고급 만년필을 작가에게 선물을 하였다고 했는데 작가의 만년필이나 다른 유품을 작가의 집 같은 데다 전시를 할 수는 없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유품들은 유족들 소관이라서…" 하길래 나는 유족들이 모여 있는 곳을 보니 그들은 그들끼리 모여 있군요.


최명희의 막역한 친구이며 KBS 극작가 이금림이 보였습니다. 이금림은 3년 전에 내가 쓴 <최명희 찾기>를 건네자 "뭐하는 분인가요?"하며 내가 모은 자료가 가득한 그 책을 의자 밑에 버려두고 갔던 일을 나는 아직도 서운한 마음으로 기억합니다.


"내 친구를 위해 애를 많이 쓰셨군요. 감사합니다. 그 마음을 늘 지켜주십시오“하여주기를 바랬지요.


나는 다시 최명희의 친구, 이금림 앞에 섭니다.

'당신은 무엇 하는 사람입니까' 하고 이금림이 내게 묻기 전에 나는 “오늘 혼불 독후감 수상자입니다. 이 선생님께서 최명희와 막역하시고 더구나 극본 작가 아니십니까. 명성황후나 여인천하가 넘 볼 수 없는 ‘혼불’에 대한 극본을 써서 혼불이 널리 알려 지도록 애를 써 주시면 얼마나 좋겠습니가?”했더니 “다른 분들이 말씀들 하시는 모양입니다”하니 내 말은 소년의 취향이고 덧없는 흥분인가 봅니다.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서지문 교수가 혼자 서있군요.

”반갑습니다, 선생님. 최명희 씨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따뜻해지는군요. 생전에 작가 모습을 보았다는 분들 말씀을 들으면 절로 반갑습니다. 독후감 수상작 중에서 최명희가 받았던 상금 2천만 원에 감정이 있었노라고 썼던 사람입니다. “


혼불 사랑이 너무 잠잠합니다. 지금도 저마다 접시 들고 오가기만 바쁩니다. 함께 만나서 무슨 말을 하기는 너무 늦은 시간이고요. 이렇게 상 받고 헤어지면 그만이니 혼불 사랑이 참 딱합니다. 최명희 씨는 혼불로 유명하지만 저는 최명희 씨 찾기로 소문난 사람입니다. 


한겨레 사회면에도 나왔고, MBC 전주방송에 화제집중에도 출연하였고 전주의 문화저널에도 저와의 인터뷰 기사가 실릴 정도로 최명희 찾기에 극성인 사람입니다. 이 나이에 나 홀로 사랑입니다. 혼불 사랑은 이런 늙다리인 나 홀로 할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고향의 모교 기전여고에도 아직 문화관이 없습니다. 작가의 흔적을 한 군데 모아 놓은 곳이 아직 없습니다. 이게 혼불 사랑의 현주소 입니다.“

서 교수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는 작가 최명희에게 몇 년 동안 그이를 찾아다닌 배려로 상을 받았지만 그이는 그이가 떠난 날에만 기억해서는 안됩니다. 문득 돌아보니 수상자들은 저마다 다 떠났고 서 교수와 나와 몇 몇만 남은 채 썰렁합니다.


혼불이여.

당신은 다시 혼자 떠도는군요.


상장을 저마다 가슴에 안고 갔던 이들 저마다 혼불 또한 안고 갔습니다. 외롭다 마세요. 혼불 마다 당신이 있습니다.


2001년

전체 4

  • 2019-11-14 13:26

    감사한 마음으로 잘 읽었습니다.


  • 2019-11-14 13:27

    사진이 깨졌군요.
    사진 첨부를 다시 해주시면 더 감사할 텐데요. ^^!


  • 2019-11-14 17:33

    사진을 넣으려하니 안 됩니다. 코멘트 2개가 있으면 불가하다고 글이 뜨네요.


  • 2019-11-17 03:12

    사진은 본문에서 직접 넣기를 하는데,
    최명희문학관 메일( jeonjuhonbul@empas.com )로 사진을 보내주시면 시도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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