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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필만필(공지사항)

제4회 혼불의 메아리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1-04-27 16:23
조회
5194
○ 제4회 혼불의 메아리, 박근형 씨 대상 수상

○ 한국문학을 살찌우는 아름다운 독자들… 총 352편 접수

책을 읽는 일은 작가가 쏘아 올린 날렵한 화살을 독자가 자신의 심연을 과녁으로 내보이는 일이며, 독자에게 명중한 화살 끝이 오랫동안 바르르 떨리는 그 향기로운 감동을 언어로 써내는 일이 독후감이다. 올해 제4회를 맞이한 ‘혼불의 메아리’는 시공을 뚫고 독자의 심연을 파고든 떨림의 기록이다.
나는 글을 쓰기 전에 항상 좋은 말들은 이미 세상에 모두 나와 있지 않은가를 먼저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더 보탤 좋은 말은 아마 없거나 극히 적지 않을까 염려했다. 그런 염려에도 무언가를 말하게 하고 싶은 작품들을 만나면 어쩔 수 없이 말하고 싶어진다.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 그렇다. 『비밀 정원』은 어디까지 집요하게 살아 보았느냐고, 나를 던져 보았느냐고 묻는다.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 고개를 들지만, 그래도 그의 소설은 집요하게 읽고, 집요하게 그에 대해 말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박근형의 「비밀 정원에 이르는 세 가지 길」 중에서

올해 공모전은 지난해 가을부터 3월 말까지 혼불문학상 수상작품 중 다섯 편을 대상으로 독후감을 공모, 모두 352편의 작품이 접수됐습니다. 「고요한 밤의 눈」 88편(25%), 「비밀 정원」 77편(22%), 「나라 없는 나라」 67편(19%), 「홍도」 60편(17%), 「최후의 만찬」 60편(17%)입니다.

올해는 전북 지역 참가자가 45%로 유달리 많았으며, 서울, 경기, 대구, 인천 순서였습니다. 참가자 나이는 11세 초등학생부터 83세까지 더 넓어졌습니다. 20대와 50대가 각각 21%와 19%로 높았습니다. 「고요한 밤의 눈」과 「비밀 정원」은 10대·20대, 「홍도」는 30대로 젊은 층의 참여가 많았고, 「나라 없는 나라」와 「최후의 만찬」은 50대·60대 중장년 층의 참가가 많았다. 40대는 전체 작품에 고르게 참가했습니다.

올해 심사는 김근혜․김영주․이경옥(동화작가), 김미영(영화평론가), 김헌수(시인), 오은숙(소설가), 정혜인(교열교정가), 최기우(극작가) 등 문학인과 학계 및 관련 전문가들이 맡았습니다. 문신(우석대 문창과 교수) 심사위원장은 "응모한 글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쓰는 읽기’의 힘이었다."라면서 "응모자들은 저마다 노련한 탐험가가 되어 문장의 협곡을 탐사하고, 그곳에 숨어 있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 내는 데 저마다의 솜씨를 발휘했으며, 그 가운데 자기만의 독법을 개성 있게 발휘해 낸 응모작들을 주목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혼불문학과 전주MBC, 다산북스, 최명희문학관이 함께 진행하는 혼불의 메아리는 좋은 독자가 좋은 작가를 만든다는 믿음에서 시작돼 인문학적 감성을 지닌 독자를 발굴하고 그 독자들이 지속해서 자신의 독서 활동을 이어나갈 기회를 만들기 위해 매년 열리고 있습니다. 제5회 대회는 가을부터 시작됩니다. 문의 063-284-0570



전체 수상자와 수상작품은 아래와 같습니다.
  • 대상
―박근형(30․전북 전주시) 「『비밀정원』에 이르는 세 가지 길」
  • 우수상
―김해광(30․경북 경산시) 「죽음과 생명, 고통과 기억의 향기」

―황혜림(25․경기 평택시) 「패하지 않을 패자의 서」
  • 가작
―고옥란(52․광주 광산구) 「당신의 문밖에 오래 세워두지 마십시오」

―김나연(15․전북 전주시) 「고요한 N의 눈 ‘N이 그들을 보면서 그리고 또다른 미지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 」

―김대훈(19․전북 임실군) 「의인물을 곱씹으며, 인물의 대화를 보며, 이야기를 돌아보며, 작품을 곱씹으며」

―김라현(16․서울 은평구) 「역사 속에 빛나는 사람들」

―김만성(52․전북 군산시) 「향기있는 세상을 꿈꾸며」

―김민경(31․서울 송파구) 「나라가 나라로 불리려면?」

―나규리(30․경기 의정부) 「사랑은 과잉과 결핍의 무한 변주」

―노연희(57․대구 달서구) 「우리는 우리의 재를 넘을 뿐」

―박대원(31․서울 구로구) 「침묵의 비밀」

―박소라(32․경기 부천시) 「1580년생 홍도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 보았다」

―박승희(64․전북 군산시) 「최후의 만찬을 읽고」

―박양희(54․경기 구리시) 「사랑으로, 연대로」

―박인숙(70․대전 대덕구) 「광어의 기도」

―박재희(50․인천 부평구) 「불멸의 여인 홍도. 그녀의 못 다한 이야기」

―서여름(30․서울 은평구) 「나는 어디쯤 서있는가?」

―신화정(58․대전 중구) 「홍도를 읽으며 소외된 민초들의 역사를 발견하다」

―양봉만(52․전북 전주시) 「나라 있는 나라를 위해 기억해야 할 것」

―양자영(44․충남 금산군) 「겨울 내내 머물렀던 여행지, 노관의 비밀정원」

―오교희(53․전북 정읍시) 「꿈꾸는 자, 죽지 않는다」

―오순복(54․전북 고창군) 「『홍도』를 읽고(기축옥사 진혼곡)」

―이은빈(19․충북 제천시) 「우리는 모두 한 가지의 비밀과 하나의 낭만을 품고, ‘살아간다’」

―이재은(45․충북 청주시) 「사랑이 이긴다」

―이창윤(21․제주특별자치도) 「감미로운 선들로 400년을 채우다」

―장수진(34․부산 기장군) 「‘노관’ 옛 고택의 숨결이 흐르는 비밀정원」

―전경(59․전북 완주군) 「시대를 관통하는 민중의 외침, 그 울림」

―정득용(66․경남 창원시) 「아니다. 재는 또 다른 사람이 넘을 것이다.」

―정예원(21․전북 전주시) 「인연이란 삶의 축복」

―정은진(46․전북 전주시) 「고요한 밤의 눈처럼 아침이 오면 알게 되는 달라진 세상이 있다고」

―최현율(25․전북 전주시) 「소란스러운 아침의 햇빛」

―최혜경(59․전북 전주시) 「나는 나의 재를 넘는다」

주최: ㈔혼불문학 다산북스 전주MBC

주관: 최명희문학관 혼불기념사업회

후원: 전라북도 전주시 남원시

수상소감_ 대상: 박근형(전북 전주시, 30세)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말주변이 없어서였습니다. 저는 말보다는 글로 제가 의도한 바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었고, 그를 읽은 상대방과 사려 깊은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기뻤습니다. 글을 쓰면서 항상 드는 고민은, 어떻게 하면 제 생각을 합리적이고 통찰력 있게 서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정하게 전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무언가에 대해 말하고 싶다는 것은 그만큼의 성찰과 에너지와 용기를 요하기에,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 애정표현을 저는 최대한 다정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공모전 준비를 위해 『비밀정원』을 여러번 탐독하면서, 『비밀정원』의 섬세하고도 공들인 문장들은 글을 쓰는데 있어 애정과 다정함의 지점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제 글은, 『비밀정원』이라는 좋은 작품을 만나고 나서 사람들과 이에 대해 말하고 싶어졌기 때문에, 말하고 싶은 바가 많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공모전이라는 형식을 빌어 제 감상을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아름다운 작품이 선행하지 않았더라면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없었을 것이 자명합니다. 그러므로 수상의 기본적인 영광은 『비밀정원』과 박혜영 작가님께 있습니다. 또 다른 영광은 『혼불』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또 문학적 다양성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시는 최명희문학관, 다산북스, 전주MBC 및 혼불의 메아리 공모전을 후원해주신 지자체 관계자 여러분께 돌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상소감_ 우수상: 김해광(30․경북 경산시)

공원을 거닐다 전화를 받았습니다. (사)혼불문학이 주최하는 독후감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더랍니다. 감히 제가 받을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주시는 상을 감사히 받겠습니다.

최명희문학관은 제가 고등학교 때 문학 동아리 카타르시스에서 활동하던 시절에 동아리에서 함께 가봤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때, 친구 한 명이 최명희 선생님의 ‘혼불’에 대해서 물어서 정말 문장력이 뛰어나고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지금은 기억도 희미해지고, 버스와 먼지 구름과 나무와 얼굴마저 흐릿해진 친구들의 무리가 기억날 뿐이지만, 최명희 선생님과의 인연이 이렇게 또 이어졌다는 게 신기합니다. 인연이라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이 상이 제가 글재주가 수월해서가 아니라, 최명희 선생님께서 도와주셔서 받으신 상이라고 여기고 싶습니다. 최명희 선생님의 영혼이 이 시대의 많은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와 안식을 선물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기쁩니다. 부디 제 독후감이 최명희 선생님의 위대한 문장 이해에 모래알만큼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제게도 더 이상의 바람이 없겠습니다. 그저 감사합니다. 귀중한, 이 세상의 모든 것, 모든 사람, 특히 제 가정과 친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수상소감_ 우수상: 황혜림(25․경기 평택시)

아주 어렸을 때부터 도서관에 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도서관 구석에서 책을 열면 펼쳐지는 또 다른 세상이 좋았습니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수백 년 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을 여행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책과 멀어지기 시작한 것이 언제쯤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책 읽기보다 중요한 것이 많아지면서, 저는 읽는 것을 멈췄습니다. 읽는 것을 멈추니 생각도 멈췄습니다. 생각이 멈춘 저는 사회가 제게 요구하는 것들을 그저 열심히 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에서 열심히 사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혼불의 메아리를 들었습니다. ‘홍도’라는 작품을 품고 앓던 어린 시절의 밤이 떠올라 오랜만에 책을 펼쳤습니다. ‘고요한 밤의 눈’은 쉽지 않은 소설이었습니다. 읽고 멈추고 생각하고 쓰기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책 속에서, ‘원래 그런 것’이라는 구차한 변명 아래 외면해 온 세상의 징그러운 민낯과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삶은, 진정으로 저 자신의 삶이 아니었다는 것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소설에는 커다란 힘이 있습니다. 소설은 밋밋하고 연약한 개인이라는 점들을 하나의 이념으로, 희망으로 이어 선과 면을 만듭니다. 점에서 선이 될, 연약한 개인이자 필연적인 패자들의 이야기에 따스한 시선을 보내 주신 혼불의 모든 관계자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고요한 밤의 눈’이 제게 준 선물 같은 시간을 가슴에 품고, 끊임없이 읽고 생각하며 온전한 저 자신이자 패하지 않을 패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심사평_ 독자의 심연을 파고든 떨림의 기록

책을 읽는 일은 작가가 쏘아 올린 날렵한 화살을 독자가 두려움 없이 자신의 심연을 과녁으로 내보이는 일이다. 시공을 뚫고 날아든 작품이 쿵, 하고 독자에게 명중할 때 작품은 독자의 심연에서 비로소 뿌리를 내리고 잎을 올려 꽃을 피우게 된다. 이렇게 독자에게 명중한 화살 끝이 오랫동안 바르르 떨리는 그 향기로운 감동을 언어로 써내는 일이 독후감이 아닐까? 그러므로 독후감에는 독자의 심연을 파고든 떨림의 파장이 기록되어 있다. 이 떨림의 기록이 올해로 4회를 맞이하는 ‘혼불의 메아리’일 것이다.

접수된 352편의 글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쓰는 읽기’의 힘이었다. 독후감 형식은 책을 읽는 활동 자체가 이미 새로운 글을 써 나가는 과정을 포함한다. 그래서 독후감을 염두에 두지 않고 책을 읽을 때는 무심코 지나쳤을 것들, 가령 작품의 숨겨진 의미나 가치 같은 것을 응모자들이 예리하게 포착해 내고 있었다. 응모자들은 저마다 노련한 탐험가가 되어 문장의 협곡을 탐사하고, 그곳에 꽁꽁 숨어 있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 내는 데 저마다의 솜씨를 발휘했다. 그 가운데 자기만의 독법을 개성 있게 발휘해 낸 응모작들을 주목했다.

비밀정원을 읽기 텍스트로 써 내고 있는 박근형의 글은 비평적 쓰기라고 부를 수 있겠다. 그는 작품의 서사 구조를 해체한 후 인물의 관계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자기만의 독서법을 만들어 냈다. 이 과정의 이음매가 거슬리지 않을 만큼 정교했다. 김해광은 「최후의 만찬」을 삶과 죽음, 고통과 기억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읽어 냈다. 그의 독후감은 해설적 읽기의 전형을 보여주지만, 작품을 개념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서 소설이 지닌 미적 생동감을 놓치고 말았다. 「고요한 밤의 눈」를 읽고 쓴 황혜림의 글은 현재 우리 시대의 삶과 엮어 읽어 내는 힘이 좋았다. 소설을 자기의 시선 안에 온전히 끌어안고 있었으며, 소설의 사회사적 의미를 집요하게 파고들 줄 알았다. 신화정은 「홍도」를 텍스트 삼고 있는데, 응모작들 가운데 독자로서의 육성이 가장 강하게 드러났다. 그런 까닭에 독서 감응력이 좋았지만, 줄거리를 나열해 가는 형식적 일반론이 아쉬웠다. 최혜경은 「나라 없는 나라」를 대상으로 삼아 역사의 현장과 소설의 문장을 따라가는 대화적 독법의 전형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산만해지는 글을 잡아채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홍도」를 대상으로 삼은 오순복의 글은 독서와 생활 글쓰기의 장점을 모아 놓은 점이 좋았지만, 일반론에 그친 것이 아쉬웠다.

심사위원들은 응모작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소설에 얼마만큼 진실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지 눈여겨보았다. 그리고 소설을 읽고 난 감동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집요하게 파고든 응모작을 추렸다. 그 결과 박근형의 「비밀 정원에 이르는 세 가지 길」을 가장 윗자리에 놓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크고 작은 별들이 우리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것처럼, 제4회 ‘혼불의 메아리’도 수상하지 못한 모든 응모작과 더불어 빛날 수 있을 것이다. 수상자로 선정된 박근형의 글은 그 별들 사이에서 조금 더 크고 환하게 반짝이는 별이다. 축하의 인사를 보내며, 다른 모든 분도 어느 날 홀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드리고 싶다. ∥심사위원 두 손

◦◦◦심사평_ 「최후의 만찬」 응모작품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가 고통의 결과물인 ‘사리’에 비유된다면 읽는 행위는 잘 차려진 밥상 위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젓가락’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쓰는 행위는 고통에 가깝고 읽는 행위는 쾌감에 가깝다. 이 두 행위의 분명한 차이를 모르는 독자가 ‘혼불의 메아리’에 출사표를 던졌다. 모르긴 몰라도 감상문을 쓰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리는 순간 쓰는 고통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꼈으리라.

독자는 이제 잘 구워진 생선을 앞에 놓고 젓가락을 든다. 뼈를 골라내고 머리를 분리하고 살을 발라낸다. 뒤집어서 남은 뼈를 제거하고 살만 발라내는 이 과정은 독자가 책 한 권을 읽고 감상문을 쓰기까지의 전체적 행위와 닮았다. 뼈에 붙은 살점 하나도 남기지 않고 발라내기로 작정한 독자라면 쓰는 행위는 더더욱 심도 있어진다. 여태 이토록 꼼꼼히 책을 읽고 분석한 적이 있었는가를 생각하면 안일했던 독서력을 뒤돌아보는 계기 또한 갖게 될 것이다.

이제 잘 발린 생선 살을 먹기만 하는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생선 살 앞에서 먹기를 주저한다. 글을 쓰면서 가졌던 의문과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과정이 생선 살을 발라내는 과정이라면 다 발린 생선 살을 뜨끈한 밥 위에 올려 먹는 건 감상문을 읽기 좋게 잘 구성했는가 하는 것과 같다. 이 일련의 과정은 작가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과 비교했을 때 절대 쉽지 않은 과정이 아닐까 싶다.

『최후의 만찬』을 읽고 감상문을 쓴 이들의 글에도 잘 발린 생선 살이 있는가 하면, 덜 발린 잔가시가 박힌 생선 살 같은 글도 있다. 전문가를 능가하는 감상문이 있었는가 하면, 기행문인 듯 일기인 듯 글의 종류를 알 수 없는 감상문도 있었다. 피상적인 표현과 고민 없는 작품 해석은 아쉽지만 선택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김해광의 「죽음과 생명, 고통과 기억의 향기」는 다른 작품과의 연계를 통해 폭넓은 감상과 해석을 제시하여 감상문이 하나의 창작물임을 가능케 했다.

상의 여부와 상관없이 고통이 수반되는 쓰는 행위를 기꺼이 선택한 참가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서툰 젓가락질이든 능숙한 젓가락질이든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는 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독자들의 꾸준한 읽기와 텍스트 해석으로 작가들에게 즐거운 고통을 선물해 주기 바란다. ∥김근혜(동화작가)

◦◦◦심사평_ 「고요한 밤의 눈」 응모작품을 읽고

응모자들 대부분이 글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아주 거침없이 써 내려갔다. 작품에 대한 분석이나 평이 아주 세밀했다. 「고요한 밤의 눈」에 응모한 작품은 등장인물과 함께 호흡한 글이 많았다. 저마다 수려한 글솜씨여서 심사가 어려웠다. 전체적으로 글의 응집성과 통일성 있는 작품을 찾는 데 고심했다. 예를 들어 목차를 나누어 쓴 글이 정갈해 보이긴 했지만, 주제가 잡히지 않는 작품이 의외로 많았기 때문이다.

작품 속의 주요 문장으로 꼽히는 것을 많은 응모자가 응용했다. 그런 면에서 마치 심사평과 아주 흡사한 작품이 있었다. 심지어는 글이 거의 같은 작품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런 경향 속에서 작품의 키워드를 가져와 자기 경험과 작품을 잘 버무려 쓴 글이 눈에 들어왔다. 글이 주는 통일감으로 읽는 동안 시선이 분산되지 않았다. 그런 작품은 의도가 잘 전달될 수밖에 없다.

한 문장이 다섯 줄이 넘는 글을 읽다 보면 전달하는 의도가 분산되었다. 응모할 수 있는 열정에 비해 자기 글을 다시 읽어 보지 않은 흔적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수많은 퇴고에도 ‘티’는 늘 있다. 모두의 건필을 빈다. ∥김영주(동화작가)

◦◦◦심사평_ 「비밀 정원」 응모작품을 읽고

공모전에 접수된 작품들은 10대에서 70대까지 응모자들이 다양한 연령대였습니다. 대부분 수준 높은 감상문들이었고, 텍스트를 온전하게 이해하고, 글의 구성과 표현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감각들이 돋보였습니다. 또한, 작중인물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으며 그들의 작은 숨결도 놓치지 않으려는 섬세함이 두드러졌습니다. 더불어 인물들을 통해 얻어낸 삶의 흔적들을 내면화하는 과정들도 수준급이었습니다.

금방이라도 『비밀 정원』의 테레사 ‘이안’이 나와서 동화적 상상력을 펼쳐 놓을 듯하였고, 서술자로서 절제된 ‘이요’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마음들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어머니와 삼촌의 은밀하고도 흔들리는 사랑에 가슴 아파하기도 하고, 삼촌의 마지막 선택을 두고는 세대에 따라 감상이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응모자가 감상적 읽기 과정에서 얻어낸 내밀한 이야기들을 독자로서 머물지 않고 텍스트 안으로 한 발 들어가 인물들과 호흡하는 것처럼 감상을 조심스럽지만 과감하게 잘 풀어냈습니다.

텍스트를 읽는 동안은 ‘노관’에 짐을 풀고, 한동안은 떠나지 못하고 있었을 응모자들에게는 또 다른 ‘비밀 정원’이 하나쯤은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경옥(동화작가)

◦◦◦심사평_ 「홍도」 응모작품을 읽고

자신만의 문체로 목소리를 낸 다양한 독후감을 만나는 일은 즐거웠다. 작가가 만들어 낸 문장의 행간을 드나드는 일과 읽는 재미와 감동을 모두 충족한 작품이 많았다. 정성스럽게 보낸 작품을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독후감 공모전인 만큼 해당 텍스트를 얼마나 충실하게 읽고 반영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읽은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기 생각을 충분히 전하는지, 자연스러운 구성과 글의 완성도는 독창적인지를 살펴보았다. 글의 정점이 흐릿하고 오류가 보이는 글, 내용을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핵심 없이 나열하듯 길게 쓴 글, 책의 내용과 겉도는 지나치게 평론에 치우친 글, 줄거리만 요약해 놓은 글과 자신만의 감정의 골에 빠져 상상의 나래 속으로 너무 멀리 날아간 글을 먼저 내려놓았다. 일정한 개성과 호흡으로 밀도 있게 써 내려간 열정 어린 작품이 많았다. 치밀하게 분석한 결과를 다듬은 작품과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서술한 강점이 보이는 글이 돋보였다.

독후감은 읽은 책과 내 감정이 조화롭게 만나는 일이다. 책에서 만나는 문장과 작가의 이야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얹어 문학적 감성을 재생산하는 기쁨을 준다. 수상하신 분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김헌수(시인)

◦◦◦심사평_ 「나라 없는 나라」 응모작품을 읽고

『나라 없는 나라』의 응모자의 연령 폭은 만 10세부터 83세까지 넓었다. 응모자가 가장 많은 곳은 혼불 문학의 본령(本領)답게 전북이었고 나머지는 서울, 인천, 경북, 경남, 대전 등이었다. 작품 수준과 별개로 타 지역 응모자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강원과 경기 지역 응모자를 보지 못한 아쉬움도 컸다.

감상문은 평론이나 수필처럼 문학의 영역이다. 일상어를 배제시키는 평론에 가까운 글은 감상문이라 칭하기 어렵고, 일반 독서토론 모임에서 볼 수 있는 틀에 박힌 작품은 식상하다. 텍스트를 읽고 난 뒤 떠오르는 감상을 사적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재정립시키는 것이 내가 알고 있는 감상문이다. 이 또한 고루한 생각이다. 응모된 작품에서 앞서 언급한 것들에 대한 장단점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니 감상문은 어떠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한 발 물러 생각하면, ‘혼불문학상 수상작 감상문 공모전’은 그저 축제일 뿐이다. 혼불정신을 기림과 동시에 혼불문학상을 알리는 축제로 감상문이라는 문학 장르를 특화시킨 것이다. 봄이 되면 전국에서 혼불문학상 수상작을 골라 읽고 감상문 쓰는 것을 상상하면 공모전에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 아닐까 싶다. 감상문 공모전에 응모하려고 책을 읽고 글을 쓴 모든 응모자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오은숙(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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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문학관 | 2022.11.18 | 추천 0 | 조회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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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1일(일) 2022작고문학인세미나: 목경희·최명희
최명희문학관 | 2022.11.15 | 추천 0 | 조회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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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문학관 직원 채용 최종합격자 공고
최명희문학관 | 2022.11.11 | 추천 0 | 조회 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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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전주한옥마을 문화시설 특화축제 '가을가을 책 이야기'
최명희문학관 | 2022.10.18 | 추천 0 | 조회 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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