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살소살

천필만필(공지사항)

최명희청년소설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1-10-20 10:24
조회
2317


최명희청년소설문학상 고등 부문 당선작_ 임나경(안양예고 문창 3년)의 단편소설 「낭만주의 외계인」

최명희청년소설문학상 대학 부문 당선작_ 장민기(명지전문대 문창 2년)의 단편소설 「해가 뜨기 전에」

■ 최명희청년소설문학상 고등부문 당선작품 읽기_ 낭만주의 외계인

http://www.jbpresscenter.com/news/articleView.html?idxno=501528

■ 최명희청년소설문학상 대학부문 당선작품 읽기_ 해가 뜨기 전에

http://www.jbpresscenter.com/news/articleView.html?idxno=501533

■ 고등 부문 당선자 수상소감_ 엽떡 같은 글이라면 차라리 엽떡소스대신 페이소스를

시작은 수업시간에 읽은 『카스테라』였다, 딱히 그 이후로 그를 따라 하려고 하지는 않았으나 유난히 그를 좋아했던 나는 언젠가부터 박민규의 육만삼천오백칠십이 번째 아류가 되어있었다.

박민규의 육만삼천오백칠십이 번째 아류라는 일은 무척이나 힘들고 고된 일이라서 나는 항상 우울했다. 상은 물론, 이 년 동안 수많은 대회에 투고해봤으나 예선조차 진출한 적이 없었다. 부모님은 내게 공부 좀 하라고 했지만 자기연민에 취한 나는 그럴 겨를이 없었다. 팬데믹도 터졌겠다,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 내 무능력이나 곱씹으며 자주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두려워서 시도하지 못했다. 자신을 외계인 같다고 생각했다. 외계인에게는 지구인도 외계인일 것이고 지구의 땅을 밟고 있는 이상 본인도 외계인일 테니.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과 다른 『낭만주의 외계인』이었다. 동명의 소설에는 박민규가 없었다. 이 년 동안 함께한 전공 선생님 은승완 선생님의 말을 인용하자면 소설의 3요소 주제, 구성, 문체 중 문체만 있는 소설도 아닌 소설이었다. 새로운 소설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탄생했다.

나경아. 박민규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으니 차라리 박민규가 나오는 소설을 쓰는 건 어떠냐?

은승완 선생님은 그렇게 말했다. 선생님도 웃었고 B파트 친구들도 웃었다. 그렇다. 내 『낭만주의 외계인』은 이 농담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엔 나도 깔깔대고 웃었지만 생각해보니 괜찮았다. 박민규스러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박민규가 등장하는 소설을 썼다.

그렇게 나는 이 상을 받게 되었다. 거창하게 말하는 것은 부끄럽지만 말하고 싶다. 나의 부모 정회례 씨와 임영일 씨. 그동안 함께해준 김다미 선생님과, 윤이정 선생님, 라유경 선생님. 내게 시적 감수성을 일깨워준 이지호 선생님과 권창섭 선생님. 그리고 이 소설이 탄생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신 은승완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나를 도와주는 수많은 이들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살아간다. 쟁쟁했을 수많은 소설들 중 나를 발견해주어 정말 고맙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 대학부문 당선자 수상소감_밤과 빛

혼자 방에 누워 있을 때면 전등을 올려다봤습니다. 거기에 쌓여 있던 벌레의 시체들.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불 좀 꺼줘, 말하면 답하는 사람이 없고. 그럼 혼자 일어나서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빛의 잔상이 한참 눈앞을 어른거렸습니다.

잠에 들지 못하는 밤이면 어둠 속에서 벌레의 시체들을 생각했습니다. 눈부셨겠지, 죽기 직전까지. 몸을 뒤척이며 같은 포즈로 몸을 둥글게 말았습니다. 창밖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날들이었습니다.

어떤 밤에는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산책을 나갔습니다. 적은 빛으로 겨우 지탱되고 있던 도시의 모습. 조금씩 죽어 있던 밤의 거리를 걸으면서, 그래 이곳은 참 이상한 곳이지, 중얼거렸습니다. 그렇게 버틴 날들이 소설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부족한 소설에서 가능성을 발견해주신 최명희 문학상 심사위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문학은 정답이 없는 질문을 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계속해보겠습니다.

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엄마, 할머니, 이모, 누나. 우리가 가족일 수 있다는 게 어쩌면 내겐 유일한 축복일 거예요.

지영, 손 뻗으면 닿는 거리에서 언제나 나를 지켜봐줘서 고마워.

줄줄이 기차처럼 20대를 함께 버티고 있는 선생님, 쥐님도 항상 감사해요.

그리고 사람은 아니지만 너무 사랑하는 치즈, 크림, 시월. 너희는 절대 아프지 말고 아주 오래 행복해야 해.

제 삶에 지분이 있다면, 그건 모두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럼에도, 제게는 그것이 중요했습니다. 한강 다리를 지나는 지하철에 앉은 사람들이 어느 순간 일제히 고개를 들듯, 캄캄한 어둠 속에서 빛을 상상하는 일. 그렇게 계속 버티면서 미약하게나마 빛으로 안을 비추는 창, 그 밖을 바라보는 일.

■ 고등부문 심사평_ 신선한 상상력과 짜임새 있는 구성을 통해 형상화

작품은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와 시대의 이슈가 유기적으로 결합했을 때 탄생한다. 이러한 정의에 부합하는 응모작이 많아 신나고 설레는 마음으로 심사에 임했다.

사회상을 반영하듯 작품들은 대체로 음울하고 암담했다. 사회에 대한 웅숭깊은 성찰과 반성이 반가우면서도 이러다 모두들 청소년기를 건너뛰고 애늙은이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이 들었다. 하긴 이런 시대에 경쾌하고 발랄한 소재를 기대하는 것도 폭력일 것이다.

심사위원들의 교차 정독을 거쳐 4편이 본심에 올랐다. 각 작품이 뚜렷한 장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어 선정에 어려움이 컸다. 그래서 단점이 많은 작품부터 내려놓는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금속성의 기억」은 문장과 서사가 안정돼 있다. 몇몇 상징성도 좋았으나 전체와 부분 간의 조화가 아쉬웠다. 변사의 해설 같은 부분들도 가독성을 떨어트린다. 「해피바이러스」는 팬데믹 시국에 나올 법한 작품이다. 전복적인 상상력이 좋았으나 해피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죽는다는 결말에서 서사가 무너졌다. 결말이 우리 시대를 풍자하기 위한 설정이라 해도 이 작품이 지닌 가치와 의미가 훼손되는 건 마찬가지이다. 「굳은 연고」는 중의적인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차분한 문체와 과거와 현재를 교직하여 서사를 이끌어가는 힘,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묘사하는 능력, 인간을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에 신뢰가 간다. 작가의 메시지도 선명했으나 잔잔한 진행으로 긴장감이 떨어지는 점이 지적되어 아쉽게 탈락했다.

당선작인 「낭만주의 외계인」은 잘 읽힌다. 오랜 기간 문장 수련을 거친 흔적이 엿보이고 어휘 선택도 좋다. 도입부부터 등장하는 하이데거를 비롯한 몇몇 장치들이 현학적이고 겉멋이 든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읽는 동안 자연스레 해소된다. 구차하고 비루한 현실을 탈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도피와 회피이지만 주인공에겐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제목과 정확히 대척점에 서 있는 공시 9수생의 지루하고 나른한 일상을 신선한 상상력과 짜임새 있는 구성을 통해 형상화한 점도 돋보인다. 소설가와 관련된 부분을 압축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다른 장점들이 덮기에 충분하다. 이만한 재능이면 작품 활동을 이어가리라는 믿음도 선정에 한몫했다. 당선을 축하한다. 불면의 밤을 보내며 작품을 완성했을 다른 응모자들에게도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한다. ∥심사위원 김기은 이준호

■ 대학부문 심사평_ 암울한 현실에서 싹 틔운 푸른 희망

2021년은 불안의 연속이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더없이 기가 꺾인 기성세대도 그렇지만,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청년들 역시 신호탄 소리 한 번 제대로 듣지 못하고 철퍼덕 주저앉아야 하는가, 하는 긴장에 놓여 있다. 그 사실을 반영하듯 응모작 대부분이 어두운 삶을 조명하고 그 안에 놓인 인물들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끝없이 밀어 넣었다. 각 인물을 최대한 고통스럽게 만들어야 속이 시원할 것처럼 불안의 서(書)를 기록했다. 인물들의 삶과 꿈은 불편한 타자와 일그러진 환경에 의해 짓뭉개져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했다. 희(喜)가 사라진 서사는 애(哀)와 노(怒)가 대신했다. 판타지 형식을 취한 몇 편도 눈에 띄었지만, 유명 소설을 따라 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판타지가 뚜렷한 개성과 주제와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 오히려 흥미를 반감시키고, 공감도 형상화도 더 부족하게 느껴진다.

최종 논의된 작품은 네 편이다. 「브로큰 윙」은 나와 다른 타인을 쉽게 재단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태도를 다룬 작품으로 반전의 재미가 눈에 띄었다. 「녹깨우」는 이방인을 대하는 태도와 그들을 바라보는 어린아이의 시선이 꽤 흥미로웠다. 아이들의 귀여움을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어른들의 추악한 욕망을 폭로한 「망고키즈카페」는 독특한 소재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재미와 긴장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너무 익숙한 소재이거나 이야기의 얼개가 다소 느슨하고, 설득력이 떨어졌다. 주제를 부각하는 데에도 서운한 부분이 있었다.

「해가 뜨기 전에」는 깔끔하고 힘 있는 문장으로 가독성이 높았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현실을 직시하고 더 나은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어둡고 좁은 원룸에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씁쓸한 현실이지만, 아이에게만큼은 너른 꿈을 꾸게 하는 아버지가 되기를 희망한다. 아쉬운 점도 많지만, 읽는 이에게 저릿한 떨림을 주면서 가능성이 더 크게 보여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최명희(1947∼1998)는 ‘어둠은 결코 빛보다 어둡지 않다.’라는 문장으로 「혼불」의 주제를 말했다. 뿌리는 힘을 다하여 자랄수록 눈부시고 아름다운 지상의 햇볕 속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더 깊고 어두운 밑바닥으로 내려간다. 어둠이 빛이고 빛이 어둠인 세계. 사람의 생애도 그렇다. 절망이 어떻게 삶의 위로가 되고, 상처가 어찌하여 생의 텃밭이 되는지를 깨닫게 하는 삶의 역설.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반드시 품어야 할 상상이다.

수상자에게 축하를, 모든 참가자에게 희망을 건넨다. ∥심사위원 김근혜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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