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목
#“가장 꺼리는 것이 인터뷰에요. 그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신경을 써야 하고 너무 피곤해요. 그래서 모두 거절해 왔는데 고향에서 여기까지 찾아왔으니 안 만날 수도 없고… 그냥 우리 고향 이야기나 하다 헤어져요. 인터뷰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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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태생인 최명희(1947~1998) 작가는 ‘창작의 방’ 인터뷰(1997년 3월호)에서 “지금까지 나온 ‘혼불’은 전 10권이지만 한권만 읽어도 ‘혼불’을 충분히 흡월할 수 있게, 아니 한권이 아니라 한 장만 읽어도 충분한,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몇 장이 찢겨 돌아다니다 바람에 날려 우연히 주워 읽은 사람도 마음에 남는, 잊혀지지 않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심지어는 어휘 하나라도 건져내서 세상을 정화시킨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말고요”라고 말했다.
또한 대하소설 ‘태백산맥’(전 10권)을 집필한 조정래 작가와 한승원, 박완서, 서정인, 정찬주, 이승우, 양귀자, 신경숙, 공선옥, 공지영, 정유정, 김왕석(‘사냥꾼 이야기’ 작가), 김정수(극작가) 등 작가들에게 직접 듣는 문학세계는 독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정찬주 작가는 ‘예향초대석’ 인터뷰(2018년 5월호)에서 “이 친구(연극 연출가 박효선)를 생각하면 언젠가는 광주 얘기를 써야 될 것 같다”고 밝힌 대로 2년 후 5·18 광주 민중항쟁을 인물 중심으로 다룬 장편소설 ‘광주 아리랑’(전 2권)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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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연주가들의 소소한 일상 모습 돋보여 =“우리가 광주에 무언가를 기여할 수 있는 행복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오랜 휴면 끝에 복간한 2013년 4월호(210호) ‘예향초대석’ 주인공은 세계적 피아니스트 한동일이었다. 전 세계를 돌며 활동하다 ‘삶의 무대’를 광주로 옮긴 피아니스트의 삶은 따뜻하고, 여운을 남겼다. 백건우 피아니스트와 윤정희 배우 부부와 정명화 첼리니스트, 김남윤 바이올리니스트 등 세계적인 클래식 거장들도 ‘예향’ 독자들에게 화려한 무대 뒷면의 소소한 일상을 소탈하게 밝혔다. 백건우·윤정희 부부는 ‘특별 인터뷰’(1994년 1월호)에서 “조용하게 내조를 하는 것 이상 부부간에 배려라는 게 뭐 별다른 게 있습니까? 특히 남편의 마음이 어수선한 것 같으면 같이 영화를 보자고 권유를 많이 했습니다”라며 결혼생활 20년의 내조에 대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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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와 살풀이 예능보유자였던 이매방 명인은 생전에 가진 ‘예향 초대석’ 인터뷰(2014년 11월호)에서 “열심히 해야 춤이 늘고 춤이 몸에 들어간다니까. ‘헌둥만둥’(하는 둥 마는 둥)하면 몇 년, 몇 십년해도 춤이 늘지 않아. 춤하고 인생도 똑같아”라며 ‘몸짓이 아니라 마음이 몸에서 우러나는 춤’, ‘심무’(心舞)를 강조했다. 이매방 명인과 서예가 강암(剛菴) 송성용(1913~1999), 극작가 차범석 선생(1924~2006) 등이 생전에 인터뷰한 ‘예향’ 기사는 그대로 생생한 ‘기록 보관소’(Archive)역할을 톡톡히 한다.
25년동안 발행된 월간 ‘예향’은 여러 ‘인연’을 낳았다. 패션 디자이너 이광희 (사)희망의 망고나무 대표는 ‘예향 초대석’ 섭외시 ‘예향’ 1994년 10월호 ‘전라도 여인들’ 시리즈에 첫 번째로 실린 어머니 김수덕 여사를 추억했다. 해남에서 ‘해남의 성자’로 불린 이준묵 목사를 도와 헌신적인 봉사의 삶을 사신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아 그 역시 아프리카에 기아와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망고나무를 심는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이렇게 오래하다 보니까 인생이 녹아서 영화가 되고, 또 영화가 녹아서 인생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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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