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목

그리고 최명희

최명희 씨를 생각함

최명희씨를 생각하면 작가의 어떤 근원적인 고독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1993년 여름이었을 것이다. 중국 연길 서시장을 구경하고 있다가 중국인 옷으로 변장하고 커다란 취재 노트를 든 최명희씨를 우연히 만났다.

「혼불」의 주인공의 행로를 따라 이제 막 거기까지 왔는데 며칠 후엔 심양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웃으면서 연길 사람들이 한국인이라고 너무 바가지를 씌우는 바람에 그런 옷을 입었노라고 했다. 그날 저녁 김학철 선생 댁엘 들르기로 되어 있어 같이 갔는데 깐깐한 선생께서 모르는 사람을 데려왔다고 어찌나 통박을 주던지 민망해한 적이 있다. 그 후 서울에서 한 번 더 만났다. 한길사가 있던 신사동 어느 카페였는데 고저회와 함께 셋이서 이슥토록 맥주를 마신 것 같다. 밤이 늦어 방향이 같은 그와 함께 택시를 탔을 때였다. 도곡동 아파트가 가까워지자 그가 갑자기 내 손을 잡고 울먹였다.’이형, 요즈음 내가 한 달에 얼마로 사는지 알아? 삼만 원이야, 삼만 원……

동생들이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모두 거절했어.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어?’ 고향 친구랍시고 겨우 내 손을 잡고 통곡하는 그를 달래느라 나는 그날 치른 학생들의 기말고사 시험지를 몽땅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날 밤 홀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그가 얼마나 하기 힘든 얘기를 내게 했는지를. 그러자 그만 내 가슴도 마구 미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가만히 생각했다. ‘혼불’은 말하자면 그 하기 힘든 얘기의 긴 부분일 것이라고.

시집 ‘은빛 호각’ (이시형/창비) 중에서

▣ 작가 최명희와 소설 <혼불>을 떠올린 아름다운 분들의 애틋한 글이에요.

작곡가 임준희 / 혼불 교향곡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07-11-15 11:12
조회
3004
 


<문화산책> 교향시 '한강'과 작곡가 임준희


임씨는 서양 현대음악을 전공했다. 연세대 작곡과와 미국 인디애나대학의 석ㆍ박사 과정을 통해서다. 그러나 본격적인 작곡 작업은 약 10년 전부터 시작했고 그것도 '우리 것', '국악적인 것'을 쓸 때 더 자유스럽고 편하다고 한다.

교향시 '한강' 외에 그가 역시 뜨거운 마음을 쏟고 있는 것은 '혼불' 시리즈의 작곡이다.

"문학을 하신 어머니 덕분에 사실은 어렸을 적부터 작곡가 보다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어요. 특히 (최명희의) '혼불'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은 '어떻게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을까' 하는 거였어요. 그의 치열한 예술혼을 누군가가 표출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해서 같은 제목으로 가야금협주곡을 쓰기 시작했어요."

사람이 생을 마치기 전에 하나의 맑은 정기나 점이 되어서 하늘로 날라간다는 그런 혼불의 이미지가 그의 뇌리에 너무 강하게 박힌 모양이다. 임씨는 그간 '혼불' 각 권의 이미지를 음악으로 묘사한 '혼불' Ⅰ,Ⅱ, Ⅲ 등 세 곡을 작곡했다. 그 중 '혼불 Ⅲ'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위촉으로 최근 만들어져 오는 29일 극장 용에서 초연될 예정이다. 또 내년 1월에는 이 작품을 서양인들이 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고친 '가야금과 서양오케스트라를 위한 혼불'이 불가리아에서 초연된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불가리아, 유고슬라비아, 루마니아 등 동구권에서 계속 연주될 수 있게 된 것은 현지에서 매우 활발한 지휘활동을 하고 있는 미국 메네스음대 출신의 한국인 이영칠 씨 덕이라고 얘기한다. 불가리아와 유고슬라비아에서의 '한강' 연주 지휘는 모두 그가 했다. 또 내년 2월에는 루마니아에서 그의 지휘로 임씨의 가야금협주곡 연주가 있을 예정이다.

향후 작곡작업에 대해 임씨는 내년에는 '혼불' 제4권의 내용을 음악으로 표현한 '혼불 Ⅳ'를 거문고협주곡 형식으로 작곡한 후 '혼불' 10권의 각권을 모두 10개의 곡으로 만들 거라고 얘기한다. 그는 다작을 하는 작곡가다. '천생연분'으로 오페라에 발을 디딘 만큼 현재는 신라시대 음악가 우륵을 소재로 한 소설 '현의 노래'(김훈 작)를 기반으로 한 오페라를 구상중이다. 오페라 분야는 자신이 할 일이 많을 것 같다는 것이 본인의 얘기. 정가(正歌) 작곡도 꾸준히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일중 기자 <문화산책> 교향시 '한강'과 작곡가 임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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