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목

그리고 최명희

최명희 씨를 생각함

최명희씨를 생각하면 작가의 어떤 근원적인 고독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1993년 여름이었을 것이다. 중국 연길 서시장을 구경하고 있다가 중국인 옷으로 변장하고 커다란 취재 노트를 든 최명희씨를 우연히 만났다.

「혼불」의 주인공의 행로를 따라 이제 막 거기까지 왔는데 며칠 후엔 심양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웃으면서 연길 사람들이 한국인이라고 너무 바가지를 씌우는 바람에 그런 옷을 입었노라고 했다. 그날 저녁 김학철 선생 댁엘 들르기로 되어 있어 같이 갔는데 깐깐한 선생께서 모르는 사람을 데려왔다고 어찌나 통박을 주던지 민망해한 적이 있다. 그 후 서울에서 한 번 더 만났다. 한길사가 있던 신사동 어느 카페였는데 고저회와 함께 셋이서 이슥토록 맥주를 마신 것 같다. 밤이 늦어 방향이 같은 그와 함께 택시를 탔을 때였다. 도곡동 아파트가 가까워지자 그가 갑자기 내 손을 잡고 울먹였다.’이형, 요즈음 내가 한 달에 얼마로 사는지 알아? 삼만 원이야, 삼만 원……

동생들이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모두 거절했어.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어?’ 고향 친구랍시고 겨우 내 손을 잡고 통곡하는 그를 달래느라 나는 그날 치른 학생들의 기말고사 시험지를 몽땅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날 밤 홀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그가 얼마나 하기 힘든 얘기를 내게 했는지를. 그러자 그만 내 가슴도 마구 미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가만히 생각했다. ‘혼불’은 말하자면 그 하기 힘든 얘기의 긴 부분일 것이라고.

시집 ‘은빛 호각’ (이시형/창비) 중에서

▣ 작가 최명희와 소설 <혼불>을 떠올린 아름다운 분들의 애틋한 글이에요.

역사의 파편 속에 새로운 스토리를 더했습니다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14-12-24 18:29
조회
2237
출처: https://www.jbpresscenter.com/news/articleView.html?idxno=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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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의문을 품어 본 적이 있는가? 책 속의 세상은 작가의 상상력에 오랜 노력이 더해져 생겨난다. 하나의 소설을 위해 2년 넘게 구슬땀을 흘린 작가가 있다. 바로 ‘2013 스토리공모대전’에서 소설 ‘왕의 초상’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서철원(국어국문·박사과정) 씨 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 막연히 맴도는 내용을 글로 적어 내려가곤 했다. 하지만 마음먹은 것과는 달리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그는 그래서 필사를 시작했다. 철원 씨는 “많은 작가를 좋아했고, 내 글이 그들의 글과 닮기를 소망했다”고 전했다.

철원 씨는 오랜 필사 과정을 끝내고 본격적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그에게 글쓰기의 위기가 찾아왔다. 그는 “스스로 쓴 글이 남이 쓴 것 같이 낯설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소설을 쓸 때마다 철원 씨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글과 거리를 두는 방법을 통해 슬럼프를 극복했다. 철원 씨는 “글을 쓰는 일만큼 즐겁고 행복한 일은 없지만 글을 쓰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평가받고 싶어 세계 문학상 등 다양한 공모전에 참여했다. 그중 한국콘텐츠진흥원과 KBS,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2013 스토리공모대전’에서 당당히 최우수상을 수상하게 됐다.

출품한 작품 ‘왕의 초상’은 조선시대 선묘 위주의 초상화 기법을 잘 보관하고 있는 국보 317호 ‘조선태조어진’에 기초한 역사 소설이다. 공모전에서 철원 씨는 태종의 초상화 제작을 둘러싼 음모를 창의적으로 표현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는 “오랜 시간 문학적 열정을 함께 해 온 문우들과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학기를 끝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하게 된 철원 씨는 최명희 작가의 ‘혼불’에 표현된 모국어와 관련된 논문 준비에도 한창이다. 그는 “역사 문헌 속에 존재하는 단편의 야사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구할 만한 다양한 콘텐츠가 들어있다”고 전했다. 글을 쓰는 일과 더불어 국문학 연구자로서의 길에도 정진하고 있는 철원 씨, 그의 다음 작품이 우리에게 어떤 역사적 콘텐츠를 전해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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