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목

그리고 최명희

최명희 씨를 생각함

최명희씨를 생각하면 작가의 어떤 근원적인 고독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1993년 여름이었을 것이다. 중국 연길 서시장을 구경하고 있다가 중국인 옷으로 변장하고 커다란 취재 노트를 든 최명희씨를 우연히 만났다.

「혼불」의 주인공의 행로를 따라 이제 막 거기까지 왔는데 며칠 후엔 심양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웃으면서 연길 사람들이 한국인이라고 너무 바가지를 씌우는 바람에 그런 옷을 입었노라고 했다. 그날 저녁 김학철 선생 댁엘 들르기로 되어 있어 같이 갔는데 깐깐한 선생께서 모르는 사람을 데려왔다고 어찌나 통박을 주던지 민망해한 적이 있다. 그 후 서울에서 한 번 더 만났다. 한길사가 있던 신사동 어느 카페였는데 고저회와 함께 셋이서 이슥토록 맥주를 마신 것 같다. 밤이 늦어 방향이 같은 그와 함께 택시를 탔을 때였다. 도곡동 아파트가 가까워지자 그가 갑자기 내 손을 잡고 울먹였다.’이형, 요즈음 내가 한 달에 얼마로 사는지 알아? 삼만 원이야, 삼만 원……

동생들이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모두 거절했어.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어?’ 고향 친구랍시고 겨우 내 손을 잡고 통곡하는 그를 달래느라 나는 그날 치른 학생들의 기말고사 시험지를 몽땅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날 밤 홀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그가 얼마나 하기 힘든 얘기를 내게 했는지를. 그러자 그만 내 가슴도 마구 미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가만히 생각했다. ‘혼불’은 말하자면 그 하기 힘든 얘기의 긴 부분일 것이라고.

시집 ‘은빛 호각’ (이시형/창비) 중에서

▣ 작가 최명희와 소설 <혼불>을 떠올린 아름다운 분들의 애틋한 글이에요.

몽블랑 최정상처럼, 성공의 대명사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19-03-14 10:40
조회
1646

출처: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85704.html

출처: 이코노미 인사이트 3월호 / 김미영의 브랜드 읽어주는 여자

 

 

‘몽블랑’은 알프스산맥에서 가장 높은 산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몽블랑’ 만년필은 남성들에겐 자존심이자 일종의 성공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지금은 시계·향수·안경·보석·가죽제품 등 남성 액세서리 전반을 다루는 브랜드로 성장했으나, 100여 년 전 설립 당시만 해도 만년필을 제조하는 작은 회사에 불과했다.

 

■ 흰 눈이 덮인 산

몽블랑(MONT BLANC)은 만년필을 비롯한 필기구, 가죽제품, 시계, 보석, 향수 등을 제작·판매하는 독일의 명품 브랜드다. 알프스산맥에서 가장 높고 웅장한 산인 몽블랑(흰 눈이 덮인 산(White Mountain)이라는 의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친구 사이였던 은행가 알프레드 네헤미아스와 엔지니어 아우구스트 에버스타인의 여행이 몽블랑이 탄생한 계기다.

1906년 휴가차 방문했던 미국에서 개량된 만년필의 편리함에 매료됐고, 그해 베를린에 ‘짐플리치시무스만년필’이라는 작은 만년필 제조공방을 연 것이 시초다. ‘짐플리치시무스’는 영어 ‘심플리스트’(simplest)와 같은 뜻인데, 펜 속에 잉크통이 들어간 만년필 디자인의 단순함에 착안해 명명했다고 전해진다. 2년 뒤 투자자인 클라우스 요하네스 포스의 지원을 받아 함부르크 지역에 ‘심플로 필러펜 컴퍼니’를 설립했다. 오늘날 ‘몽블랑’(1909년 상표등록) 브랜드의 시작이다.

몽블랑 상표를 쓰게 된 유래와 관련해서 전해지는 일화가 있다. 클라우스 요하네스 포스의 사촌이 우연히 알프스산맥에서 가장 높고 웅장한 산인 몽블랑을 ‘고품질’과 연결지어 이야기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육각형의 부드러운 모서리를 가진 하얀 별 ‘몽블랑 스타’를 본격적으로 내세운 건 1913년이다. 몽블랑의 눈 덮인 봉우리를 형상화한 것으로, 최상의 품질과 꼼꼼한 장인 정신을 구현했다는 몽블랑의 열정과 헌신을 표현하고 있다.

 

■ 손으로 직접 만드는 장인 정신

몽블랑은 오래 사용해도 망가지지 않는 내구성,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독창적이며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추구한다. 100년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전통과 혁신, 시대를 초월해 평생 옆에 간직할 수 있는 제품을 추구하는 몽블랑은 제조 과정도 그만큼 깐깐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몽블랑 만년필은 펜촉(닙)에 18k 금을 사용하며, 직접 손으로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만년필 한 자루가 만들어지기까지 6주 이상 걸릴 정도로 엄격하고 까다로운 공정을 거친다. 닙 위에 복잡한 각인을 새기고, 이리듐 소재로 된 닙의 끝부분을 갈고 손질하며, 완성된 펜을 시험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예술작품을 만드는 장인 정성을 녹여 넣는다. 잉크를 종이로 옮기는 역할을 하는 닙의 품질과 모양에 따라 만년필의 필기감이 좌우되기 때문에 정교하고 정밀한 작업이 중요하다. 몽블랑은 1920년대부터 자체적으로 닙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1924년 출시된, 브랜드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만년필인 마이스터스튀크(Meisterst?ck, 영어명 ‘명작’(Masterpiece))는 200단계 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품질 테스트도 엄격하다. 사막과 열대우림 등 극심한 기후에서 진행되는 ‘기후변화 테스트’와 높은 지대의 낮은 기압에서 진행되는 ‘비행 시뮬레이션 테스트’ 등의 과정을 거친다. 대표 상품으로 ‘루즈 엣 누아르’ ‘마이스터스튀크149’ ‘마이스터스튀크 솔리테어’ 등이 있다. 펜촉에 새겨넣은 ‘4810’ 숫자는 몽블랑 산의 높이(4810m)를 뜻한다.

■ 유명인이 즐겨 사용

몽블랑이 성공의 상징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수많은 유명인사가 몽블랑 만년필을 소지한 데서 기인한다. 세계적인 투자전문가 위런 버핏,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를 비롯해 국내에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 회장 등이 몽블랑을 애용했다.

국가 간 정상회의나 각종 조약 제결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문서의 서명에도 몽블랑이 쓰였다. 1990년 10월3일 서독의 헬무트 콜 총리와 동독의 로타어 데메지에르 총리가 독일 통일조약에 서명할 때 마이스터스튀크149 만년필이 등장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존 에프 케네디 미국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도 문서에 서명할 때 몽블랑 제품을 사용했다. 국내에서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당시 임창열 경제부총리가 몽블랑 만년필로 서명해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작가 중에서는 청록파 시인 박두진과 박목월을 비롯해 박경리(<토지>)·최명희(<혼불>) 작가가 몽블랑 만년필을 즐겨 썼다.

 

1992년부터는 매년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한 문화예술 후원자를 선정해 그 이름을 딴 ‘문화예술 후원자상 에디션’, 이와 별개로 한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의 일생과 작품을 재조명할 목적으로 출시하는 ‘작가 에디션’ 만년필을 선보이고 있다. <노인과 바다>와 <무기여 잘 있거라>로 유명한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허밍웨이, 영국 추리소설가 애거사 크리스티 등이 작가 에디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 필기구에서 시계, 가죽제품까지

몽블랑은 1935년 가죽제품으로 유명한 오펜바흐에 있는 가죽제품 공장을 인수한 것을 계기로 가죽으로 된 펜 파우치, 필기구 케이스 등을 제작했고, 이 제품들은 몽블랑 필기구와 함께 인기몰이를 했다. 지금은 만년필을 포함한 필기구, 가죽제품, 향수, 보석, 시계, 안경, 스카프, 아이웨어 등으로 상품군이 확대됐다. 전세계 70여 개국 450여 개 부티크를 포함해 9천여 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도 20여 개 매장이 진출했다.

시계의 경우 1997년부터 스타, 스타4810, 타임워커 등의 제품을 출시했는데 최근 젊은 남성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미네르바 포켓워치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둥근 케이스와 측면의 곡선 마감 덕분이다. 대표적 스테디셀러인 몽블랑 스타 레거시 컬렉션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에 걸쳐 제작한 시계의 장인정신을 되살려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감각의 디자인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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