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목

그리고 최명희

최명희 씨를 생각함

최명희씨를 생각하면 작가의 어떤 근원적인 고독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1993년 여름이었을 것이다. 중국 연길 서시장을 구경하고 있다가 중국인 옷으로 변장하고 커다란 취재 노트를 든 최명희씨를 우연히 만났다.

「혼불」의 주인공의 행로를 따라 이제 막 거기까지 왔는데 며칠 후엔 심양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웃으면서 연길 사람들이 한국인이라고 너무 바가지를 씌우는 바람에 그런 옷을 입었노라고 했다. 그날 저녁 김학철 선생 댁엘 들르기로 되어 있어 같이 갔는데 깐깐한 선생께서 모르는 사람을 데려왔다고 어찌나 통박을 주던지 민망해한 적이 있다. 그 후 서울에서 한 번 더 만났다. 한길사가 있던 신사동 어느 카페였는데 고저회와 함께 셋이서 이슥토록 맥주를 마신 것 같다. 밤이 늦어 방향이 같은 그와 함께 택시를 탔을 때였다. 도곡동 아파트가 가까워지자 그가 갑자기 내 손을 잡고 울먹였다.’이형, 요즈음 내가 한 달에 얼마로 사는지 알아? 삼만 원이야, 삼만 원……

동생들이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모두 거절했어.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어?’ 고향 친구랍시고 겨우 내 손을 잡고 통곡하는 그를 달래느라 나는 그날 치른 학생들의 기말고사 시험지를 몽땅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날 밤 홀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그가 얼마나 하기 힘든 얘기를 내게 했는지를. 그러자 그만 내 가슴도 마구 미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가만히 생각했다. ‘혼불’은 말하자면 그 하기 힘든 얘기의 긴 부분일 것이라고.

시집 ‘은빛 호각’ (이시형/창비) 중에서

▣ 작가 최명희와 소설 <혼불>을 떠올린 아름다운 분들의 애틋한 글이에요.

[문화저널21]세계 속에 한국의 '혼불' 지피는 작곡가 임준희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2-04-06 21:10
조회
542
출처: http://www.mhj21.com/sub_read.html?uid=149362

세계 속에 한국의 '혼불' 지피는 작곡가 임준희

한류에 이어 K-클래식 창작품들이 세계 곳곳에서 각광받고 있는 때에, 세계 클래식의 심장인 독일 베를린을 중심으로 우리 공연 작품들이 널리 확산되어 가고 있다. 그 중심에 선 임준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원장을 만났다. 



# 최근 임준희 작곡가의 협주곡 시리즈 ‘혼불’이 서울과 지방 곳곳에서 연주되면서 코로나로 침체되어 있던 공연계에 혼불을 지피고 있다. 

“저의 협주곡 시리즈 ‘혼불’은 최명희 작가의 대하소설을 바탕으로 하여 쓰여진 작품으로 2002년 ‘혼불1 –백초를 다 심어도’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6곡의 협주곡을 작곡했다. 이 작품들은 그동안 꾸준히 재공연 되면서 청중들의 공감을 얻어왔고, 최근에는 거의 한 달에 2~3번 가량씩 공연이 되어 작곡가로써 매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지난달에는 해금 협주곡 ‘혼불5-시김’이 성남시립국악단에 의해 공연되었고 5월에는 가야금 협주곡 ‘혼불 6-무(巫)’가 전주시립국악단에서 그리고 6월에는 가야금 협주곡 ‘혼불 2-나의 넋이 너에게 묻어’가 전북도립국악관현악단에 의해 공연될 예정이다.”

“그러니까 최명희 작가가 생전에 ‘혼불은 목숨의 불, 정신의 불, 삶의 불’이라고 했듯이 혼불이 살아있는 시대를 꿈꾸었던 작가의 염원이 작곡가에게는 영감으로 이어지고 또 연주자와 청중들에게는 공감으로 이어지는 것이 매우 뜻 깊은 일인 것 같고 코로나로 침체되어 있던 공연계에 다시 예술의 혼이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아 매우 기쁘다.”

# 임준희 작곡가의 작품을 소재로 연구된 학위 논문들이 30여 편이 넘는다는데…

“제가 작곡한 곡을 소재로 연구한 논문들이 약 30여편이 넘는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어 저 자신도 매우 놀랐다. 작년에 ‘댄싱산조3’의 작곡을 마치고 그 기쁨에 완성된 악보의 일부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그걸 보고 곧바로 제 제자가 전화를 걸어 ‘이 곡으로 논문을 쓴 사람이 있냐’고 묻기에 아직 없다고 했더니 자신이 논문을 써도 되냐고 해서 흔쾌히 허락했다. 그 후 또 다른 몇 사람이 이 곡으로 논문을 쓰겠다고 연락이 왔지만 벌써 쓰는 사람이 있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작곡을 할 때는 힘들었지만 이렇게 공연을 위해 연락이 오거나 논문을 쓰겠다고 연락이 오면 저의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아 매우 기쁘고 큰 보람을 느낀다."

# '혼불' 시리즈가 대금과 서양오케스트라를 위한 편성으로 작곡되어 베를린에서 초연된다는데…

“오는 7월 대금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혼불 7-조우 (만남, encounter)’이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에서 세계 초연된다. 이 작품은 ‘한독 오케스트라 독일 순회공연’을 위해 주 독일 한국문화원 위촉으로 작곡되어 7월 1일 독일 콘체르트 하우스, 7월 2일 독일 할레시에서 위르겐 부른스 지휘와 이아람 서울예대교수의 대금 그리고 한국과 독일의 우수한 연주자들로 이루어진 한독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공연될 예정이다. 모두 3악장으로 이루어진 곡으로 1악장 ‘쪼개진 대나무’ 2악장 ‘형제의 키스’ 3악장 ‘백년의 만남’ 이라는 부제목을 가지고 있다.”

“쪼개진 대나무가 합쳐져 소리를 내야 나라를 통합하고 구할 수 있다는 대금에 얽힌 신라의 만파식적의 설화를 바탕으로 청아하고 꿋꿋한 대금 소리가 관현악과 때론 충돌하고 어우러지기도 하면서 유럽 클래식 음악의 심장인 베를린에서 울려 퍼짐으로써 한국인의 평화에 대한 염원과 만남, 민족혼이 세계인들에게 전달 될 수 있길 바란다.”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원장에 재임이 되면서 그동안 추진해 왔던 해외 예술한류 등의 중점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작년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예술한류 선도사업기관으로 선정되어 많은 의미 있는 해외교류사업들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작년 9월에  한예종과 주 독일 한국문화원이 공동주최하여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에서 공연된 ‘한국창작음악 페스티벌’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데, 약 30여명의 한국 전통음악 연주자들이 코로나를 뚫고 독일로 날아가 대표적인 한국 작곡가들의 창작곡 약 12작품을 선보였는데 독일 청중들로부터 큰 환호와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공연 후 한국창작음악이 유럽에 새로운 음악 장르로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약  95 퍼센트 이상의 독일 청중들이 매우 긍정적이다 라고 답을 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한국 창작음악에 대한 해외진출의 가능성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올해도 문화체육관광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 사업은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고 특히 올해에는 해외 대학간의 교류, 한국의 타 대학간의 교류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작년부터 추진해 왔던 독일 에센 폴크방대학과 쾰른대학과의 교류공연이 본격적으로 실행될 예정이고 독일 함부르크 대학, 일리노이 대학에 사물놀이 강좌개설 등이 계획되어 있다.” 

“또한 공연 교류로는 주 독일 대사관 본(Bonn) 분관이 주최하는 ‘한국음악주간’의 초청을 받아 약 20여명의 교수, 학생들이 뒤셀도르프 로버트 슈만홀에서 기악, 성악, 춤, 무용, 사물놀이, 창작곡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한국예술의 정수를 선보일 예정이고 6월에는 프랑스 K-Vox 코리아 초청 파리, 벨기에 판소리 공연 등이 예정되어 있다. 이들 공연들을 통해 한국의 역동적이면서도 고품격의 예술들이 세계 속에서 감동을 이끌어내며 인류의 고귀한 문화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길 바란다.”

# 앞으로 만들고 싶은 작품은 무엇이며, 미래에 어떤 작곡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최근 타계하신 이어령 선생님께서 생전에 ‘6.25등을 통해 많은 죽음들을 목격하다보니 우리가 살아있음은 많은 죽은 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한순간도 그냥 보낼 수 없었다’라고 하시며 삶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결국 남을 위해 흘리는 ‘한 방울의 눈물이더라’라고 하신 말씀이 가슴에 남는다. 저의 작품 또한 저의 마음 속에 고여있는 우리 모든 인간에 대한 연민과 그리움이 농축되어 음악으로 표현된 ‘한 방울의 눈물’이면 좋겠다. 그래서 미래의 시간 속에서도 저의 음악을 통해 ‘한 방울의 눈물 속에 담긴 인간에 대한 사랑’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것 같다.”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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