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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의 선물(글과 영상)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15/20)_ 욜랑욜랑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2-06-17 10:03
조회
519


‘욜랑욜랑’은 몸의 일부를 가볍게 흔들며 잇따라 움직이거나 촐싹거리는 모양을 말한다.

소설 「혼불」에서 ‘욜랑욜랑’은 딱 한 번 나온다.

①강냉이 깡탱이를 내버리고 멍석 옆으로 와 맴돌던 강아지가 그 바람에 흠칫 뒷걸음을 치며 욜랑욜랑 꼬리를 흔든다. (「혼불」)

‘욜랑욜랑’이 쓰인 부분은 어서방이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완주군 이서 효자다리 이야기를 막 시작하던 참이다.

“독으로 다리 논 것만도 하늘이 내린 효심이지만 지 몸뚱이로 다리 논 효자도 있고말고. 그것도 ‘효자다리’ 그러는디, 그것은 전주 부성 배깥 한 사십 리 이서(伊西) 가는 길 어디만큼이라등만. 거그도 다리가 하나 있제. 그저 쬐깐헌 개울 또랑물 졸졸졸 흘러가는 물인디, 한 발에 건네기는 조께 널룹고, 휙, 뛸라먼 빠지기 좋은디, 거그도 다리가 있어. 이얘기야 다 앞에 꺼이나 같은 거이지만, 그 이서 사는 효자는, 캄캄헌 밤 어둡고 무선 디를 어머이 혼자 물에 빠짐서 댕기는 것을 알고는 엄동설한 얼어붙은 물속에 지 몸뚱이를 바우같이 꼬부려서 웅크려 당구고 다리를 맨들어 어머이가 건네가시게 해 디렸지. 어머이는 속도 모르고 자식 등을 밟음서 밤길을 가고. 그걸 인(人)다리라고도 히여. 그렁게 우례도 효자 자식을 낳아서 다리를 놔야제. 독이나 나무 말고, 인륜지 다리를 놀라먼 지 몸뚱이를 뻗어서 양 부모 새이에다 걸쳐 놔야 겄지. 오체투지(五體投地) 허디끼. 그 등허리를 밟고 천허고 서러운 즈그 어머이가 귀허고 높은 즈그 아부지한테로 건네갈 수 있게. 글 안허고는 질이 없어. 절벡이여, 그 새이는.”

그런 다리가 어디 아무나 맘만 먹는다고 되는 거잉가.

○ 20명의 시인·작가가 예문으로 소개하는 「혼불」 속 우리말 20개

②새 학기 첫날, 학교 가는 길에 욜랑욜랑 걸어오는 길고양이 메주와 만났다. 자기도 오늘 고양이학교 입학하는 첫날이란다. (글: 김근혜·동화작가)

③한 동이를 여다 놓고 또 한 동이를 이러 왔을 제 그가 벌써부터 잡으려고 애쓰던 송사리 몇 마리가 겁없이 동실동실 떠 다니는 걸 보았다. 욜랑욜랑하는 그 모양이 퍽 얄미웠다. 숨소리를 죽이고 가만히 두 손을 넣어서 움키려 하였건만 고놈들은 용하게 빠져 달아나곤 한다. 몇 번을 헛애만 쓴 순이는 그만 화가 더럭 나서 이번에는 돌멩이를 주워다가 함부로 물 속의 고기를 때렸다. (글: 현진건의 단편소설 「불」)

*김근혜_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동화)로 등단했다. 동화 『제롬랜드의 비밀』 『나는 나야!』 『유령이 된 소년』 『봉주르 요리 교실 실종 사건』 등을 냈다.

∥글·사진_ 최명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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