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님하

문학관의 선물(글과 영상)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6/20)_ 몽글다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2-06-14 10:42
조회
606


‘몽글다’는 낟알이 까끄라기(낟알 껍질에 붙은 깔끄러운 수염)나 허섭스레기(좋은 것이 빠지고 난 뒤에 남은 허름한 물건)가 붙지 않아 깨끗하다, 가루 따위가 미세하고 곱다, 는 뜻이다.

①안서방의 손끝에서 몽글게 가루가 되고 있는 사기 조각들이 겨울 햇빛을 받아 차갑게 반짝인다. (「혼불」)

②바위에 빨래처럼 널려 있던 고기가 뙤약볕에 바짝 마르면 이제는 그것을 잘게 여러 조각이 나게 두드려 깬다. 그리고는 다시 몽글게 바수어 가루를 주머니 주머니에 나누어 담아 여러 개를 만들었다. (「혼불」)

⓷거멍굴 근심바우 화덕같이 달구어진 무릎에다 바짝 널어 말렸다가, 여러 조각으로 두드려 깬 다음 다시 몽글게 바수어 가루 낸 쇠고기 가루를, 보얀 쌀가루에 섞어 고기죽에 쓰도록, 백정 택주의 아낙 달금이네가 매안으로 이고 오는 것은 때 맞추어 걸러 본 일이 없었고, 꿩이나 닭죽도 떨어뜨리지 않았다. (「혼불」)

「혼불」에서 ‘몽글다’는 네 번 쓰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매흙으로 부뚜막을 만드는 부분이다.

봄날에 날씨 좋아 다닐 만하면 깔끔하고 부지런한 아낙네들은, 묵은 겨울 켜켜이 내려앉은 재검불에 회색이 되어 버린 부뚜막을 새 단장시키려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나물 캐러 가듯이, 벼슬봉 아래 소복이 묻혀 있는 매흙을 캐러 갔다.

④그것은 아주 몽글고 찰지고 하이얀 흙이었다. (「혼불」)

‘맥질 잘 해 놓은 부뚜막 얼굴은 열일곱 살 아가씨 살결보다 희고 부드럽다.’라고 했다던가. 초벌 재벌 단단히 황토를 바른 부뚜막에, 마무리로 거죽을 곱게 먹여 바르는 매흙을 몇 번이고 입혀서 계란같이 매끄럽게 매흙질하는 것도 큰 일거리였다.

맥질은 부뚜막뿐 아니라 바람벽에도 했다. 그 결 고운 흙을 분처럼 바르고 보얗게 피어나는 벽이나 부뚜막은 사람 사는 살림살이의 알뜰한 재미와 공력을 함께 느끼게 했다.

○ 20명의 시인·작가가 예문으로 소개하는 「혼불」 속 우리말 20개

⑤내 생일에 엄마는 인절미를 만들어 주셨다. 찹쌀을 찜통에 넣고 찐 다음 몽글게 빻았는데 가루가 된 찹쌀은 밀가루처럼 하얗고 쫀득쫀득하였다. 여기에 노란 콩가루를 묻혀 먹으니 고소하고 달콤하였다. (글: 하미경·시인)

하미경 시인의 ‘몽글다’는 고소하고 달콤한 인절미다. 시인의 시 「손님맞이」(‘텃밭에/ 엄마와 옥수수 모종을 심는데/ 지렁이가 문 열고 나온다// 누구세요?// 밖에 손님이 오면 빨리 나가 보라는/ 우리 할머니 말씀을 잘 들었나 보다// 옥수수 모종 들어갑니다!// 나는 흙을 덮고/ 발로 밟아주려다가/ 손으로 토닥토닥 해준다’)에서 토닥토닥하는 그 손과 마음으로 만든 인절미다.

*하미경_ 2011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2014년 『동시마중』에 동시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동시집 『우산 고치는 청개구리』와 『수선화 봉오리를 사겠어』를 냈다.

∥글·사진_ 최명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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