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님하

문학관의 선물(글과 영상)

[글]「혼불」로 건져 올린 아름다운 우리말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1-02-23 16:33
조회
2937
 
아름다운 것들은 왜 그렇게 수난이 많지요? 아름다워서 수난을 겪어야 한다면 그것처럼 더 큰 비극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나 그 수난을 꿋꿋하게 이겨내는 힘이 있어 아름다움은 생명력이 있지요. 그 힘을 나는 '꽃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꽃심을 지닌 소설 「혼불」과 작가 최명희(1947∼1998).

「혼불」은 1930~40년대 남원과 전주를 주요 배경으로 몰락하는 종가(宗家)를 지키려는 종부(宗婦) 3대와, 이 씨 문중의 땅을 부치며 살아가는 거멍굴 사람들의 삶을 그린 대하장편소설. 1996년 12월 한길사를 통해 전 10권으로 출간된 후 140만 부가 팔렸으며, 교보문고가 각 분야 전문가 100명에게 조사․의뢰한 결과 ‘90년대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한 이 땅 문학사의 영원한 기념비다.

'언어는 정신의 지문(指紋)'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새롭게 출간된 「혼불」에서도 작가가 쓴 원고지 칸칸이 문학의 혼은 불꽃처럼 피어난다. 평범한 사람들의 그저 그런 이야기, 누구나 무심히 지나치는 이야기, 한 맺힌 이야기, 깊고 낮은 한숨 소리, 꽃잎 피고 지는 소리…. 「혼불」은 세상사는 이야기들이 가슴에 쌓여 온 몸에 차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혼불」은 세상사는 이야기들이 뭉치고 어우러진 이야기들을 사무치게 갈아서 손끝에 모으고, 불덩이를 이뤄, 결국 생애를 기울여 한 마디 한 마디, 파 나간 작품이다. 최명희의 작품에서 보여주는 그 흔전한 언어의 잔치를 누리다보면, 한 인물의 삶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지도 사뭇 깨닫게 된다. 

'언어는 정신의 지문이요, 모국어는 모국의 혼입니다. 저는 「혼불」에 한 소쿠리 순결한 모국어를 담아서 시대의 물살에 징검다리 하나로 놓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라고 말하던 작가 최명희. 이승이 아닌 곳에서 그는, 오늘도 잠 못 이루며 언어의 돌을 줍고 있으리라.
  • • 가슴애피 : 가슴앓이. 가슴이 쓰라리듯 지독한 슬픔.
  • 예) 창자 어디에서부터 쥐어틀며 쓰라린 기운이 가슴으로 밀고 올라와 그러는 것이다. 백반(白礬)을 물고 있는 것만큼이나 시고 떫은 침이 금방 한 모금이 된다. 마땅하게 뱉을 수가 없어서 그대로 삼키면 살 속에 생채기가 난 듯 쓰리며 켕겼다. 바늘로 속을 긁어내는 것도 같았다. 가슴애피. 이 쓰라리고 독한 슬픔.<『혼불』2권 311쪽>
  • • 감시르르 : 멀리서 아렴풋이 움직이는 모양을 어감을 더하여 표현한 말.
  • 예) 감시르르 봉우리를 감아 올리는 듯도 하고 깊은 한숨을 무겁게 삼킨 채 토해 내지 못하고 앉아 있는 것도 같은 산.<『혼불』3권 260쪽>
  • • 귀살스럽다 : 일이나 물건이 얼크러져 정신이 산란하다.
  • 예) 흐린 날이 저무는 잿빛 땅거미를 빨아들이는 탓인가, 그 참혹한 자취는 마치 검은 비명의 갈포(葛布)가 갈갈이 찢긴 흔적인 양 귀살스러운 흑적색을 띠고 있었다. <『혼불』7권 217쪽>
  • • 무람없다 : 스스럼없고 격의없다. 예의가 없다.
  • 예) 서로 쪼그리고 앉아 이 말 저 말 무람없이 주고받으며 웃고, 장난도 치고, 무슨 일인지 순덕이가 눈을 흘기며 주먹을 들어 때리려는 시늉을 하자.<『혼불』6권 210쪽>
  • • 발싸심 : 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몸을 비틀어서 부스대는 행동. 어떤 일을 하려고 애를 쓰며 들먹거리는 짓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로도 쓰임.
  • 예) 두근두근 어정거리며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춘복이가 이제나 오나, 저제나 오나, 애를 태우고 발싸심을 했었다.<『혼불』6권 170쪽>
  • • 사운거리다 : 소곤거리다,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소리내다.
  • 예) 그것은 사르락 사르락 댓잎을 갈며 들릴 듯 말 듯 사운거리다가도,솨아 한쪽으로 몰리면서 물 소리를 내기도 하고, 잔잔해졌는가 하면 푸른 잎의 날을 세워 우우우 누구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였다.<『혼불』1권 11쪽>
  • • 삭연하다 : 외롭고 쓸쓸하다.
  • 예) 검댕이와 적소(積素)가 얼룩이 져 어스름에 저무는 산의 모경(暮景)은 삭연(索然)하기 그지없다.<『혼불』4권 162쪽>
  • • 수굿하다 : 약간 숙인 듯하다. 흥분이 좀 가라앉은 듯하다.
  • 예) 효원은 눈물어린 고개를 수굿하였다. 말씀을 잘 알겠다는 표시다.<『혼불』2권 55쪽>
  • • 숭어리 : 꽃이나 열매 따위가 굵게 모여 달린 덩어리.
  • 예) 동그랗고 소담스러운 숭어리로 피어오른 연꽃 등은 진분홍·연분홍·병아리색, 선연도 하다.<『혼불』9권 102쪽>
  • • 쑤실쑤실 : 털이나 풀등이 뻣세게 돋아나 쑤시는 느낌을 주는 모양새.
  • 예) 터럭이 뻣뻣하고 쑤실쑤실하면서 칼끝처럼 거세게 뻗친 양쪽 꼬리 부근에 마치 한번 꼬아서 올린 것 같은 소용돌이가 있는 눈썹이다.<『혼불』4권 187쪽>
  • • 아리잠직 : 모습이 얌전하며 귀여운 모양새.
  • 예) 그네의 아리잠직 단아하면서도 온화 공순한 자태를 언뜻언뜻 아니 볼 수 없었고, 아리따운 맵시에 고운 머릿결 검은 윤기 자르르 뒷등으로 흐르는 연두색 저고리와 연분홍 치마의 애달프게 스미는 빛깔을 아니 볼 수 또한 없었다. <『혼불』6권 290쪽>
  • • 아슴하다 : 아스름하다, (빛이)약하거나 멀거나 희미하다. 들릴 듯 말 듯 아득하다. (기억이나 정신이)흐리마리 하다.
  • 예) 컴컴하게 솟아 있는 솟을대문에까지 와서 돌아보았을 때도 등롱은 그렇게 아슴하게 비치고 있었다.<『혼불』1권 83쪽>
  • • 암상스럽다 : 시기하고 샘을 내듯하다.
  • 예) 저녁 굶김 시에미보다 더 암상스러운 낯색으로 온몸에 가시를 세우고, 행여 어쩔세라 까뀌눈을 뜨던 공배네를 이 참에 여지없이 무질러 주리가 작심한 것일까,<『혼불』7권 106쪽>
  • • 오련하다 : 빛깔나 형체를 겨우 알아볼 정도로 희미하다. 기억 따위가 또렷하지 아니하다.
  • 예) 하늘 끝 속자락을 살포시 훔친 듯 오련히 봄빛에 취해 젖은 복사꽃잎 한 줌씩 곁들이어 청주를 빚어내면. <『혼불』10권 280쪽>
  • • 오보록하다 : 한데 몰려 있어 소복하다.
  • 예) 소나무 둥치 아래 자잘히 피었다 지던 풀꽃이나 산나리, 오보록한 송이버섯들 <『혼불』5권 12쪽>
  • • 울멍줄멍 : 크고 그만그만한 것이 고르지 않게 많이 있는 모양.
  • 예) 울멍줄멍, 연고도 없이 들이닥친 남의 식구 한 떼거리를 끝내 떨쳐버리지 못하고, 김씨는 할 수 없이 하룻밤 잠자리로 가게에 딸린 됫방 옆구리, 도장방 구들 한 칸을 우선 내주었다.<『혼불』10권 67쪽>
  • • 작달비 : 굵고 거세게 퍼붓는 비.
  • 예) 번개. 쏟아지는 작달비. 지붕이 떠내려 가고, 기둥이 부러지며, 사태로 산비탈이 굉음을 지르며 무너지는 큰 비가 싯벌건 강물을 이루어 붉은 땅을 깎고, 논밭을 흙탕으로 쓸어 버리는 홍수도, 처음에는 그저 아주 먼 뇌명(雷鳴) 한 가닥으로 오는 것이었다.<『혼불』5권 34쪽>
  • • 조붓하다 : 조금 좁은 듯하다.
  • 예) 이미 어둑어둑 초가지붕과 낮은 담, 그리고 조붓한 마당에 내린 어둠은 사립문 옆 검은 살구나무 아래 선 강실이를 소리 없이 에워싸며 스며들어,<『혼불』4권 167쪽>
  • • 중뿔나다 : 어떤 일에 관계없는 사람이 주제넘게 불쑥 나서 참견하다. 하는 일이 엉똥하다.
  • 예) 다른 젊은 놈은 가만히 있는데 왜 저만 나서서, 무슨 중뿔날 일이 있다고 날개도 안 돋은 놈이 죽지를 쳐, 치기를. <『혼불』4권 177쪽>
  • • 찰찰이 : 꼼꼼하고 세심하게
  • 예) 아침마다 참빗으로 찰찰이 빗어 내릴 때, 그 기름 돌아 흐르는 맑은 윤기는, 흡사 물오른 꽃 대궁같이 신신하여, 단을 자르면 그 자리에 금방이라도 투명한 진액이 어리어 묻어날 듯하지만. <『혼불』3권 145쪽>
  • • 쾌연하다 : 마음이 상쾌하다.
  • 예) 헉헉 지열을 토해 내는 더운 숨을 쾌연하게 씻어 내려 흐르던 계곡의 물살. <『혼불』5권 12쪽>
  • • 풍연 : 멀리 보이는 공중에 서린 흐릿한 기운
  • 예) 바람이 이는 공중에, 연기 같은 흐릿한 기운을 몰고 오는 풍연(風煙)처럼 그의 가슴에 자욱한 먼지가 일어난다. <『혼불』3권 51쪽>
  • • 함초롬하다: 가지런하고 곱다
  • 예) 별이 스러져 숨은 자리에 박꽃이 하얗게 피어나 있어 소담하게 보인다. 그 함초롬한 모양이 어쩌면 청승스럽기조차 하다.<『혼불』3권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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