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님하

문학관의 선물(글과 영상)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8/20)_ 사운거리다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2-06-15 11:12
조회
708


‘사운거리다’는 가볍게 이리저리 자꾸 흔들리며 속삭이듯 소리를 낸다는 뜻이다.

소설 「혼불」에는 대숲에 이는 소소한 바람 소리와 산수유꽃들이 마른 가지에서 피어나는 소리로 표현됐다.

①그것은 사르락 사르락 댓잎을 갈며 들릴 듯 말 듯 사운거리다가도, 솨아 한쪽으로 몰리면서 물 소리를 내기도 하고, 잔잔해졌는가 하면 푸른 잎의 날을 세워 우우우 누구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였다. (「혼불」)

②사운대는 댓이파리 쏠리는 틈바구니로 달빛이 번뜩이다 사라진다. (「혼불」)

비수 같은 달빛. 그러나 다시 비치고, 그랬다가 부서지며 사라지는 달빛은 달빛의 꽃잎 같다. 그 꽃잎들은 강실이의 흐트러진 머릿단과 식은 이마, 부스러진 가랑잎 한 조각 같은 흰옷 위에 날렸다. 가물가물 정신이 멀어지는 강실이의 눈 속으로 그것들은 살구 꽃잎처럼 내려앉는다.

눈이 아슴하도록 가지 끝이 아득하다.

⓷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한 다음, 막 산수유꽃들이 사운사운 노랗게 잎도 없는 마른 가지에서 피어날 무렵, 까칠한 중로(中老)의 역사 선생은, 둥그렇고 두꺼운 안경을 밀어 올리며 조근조근 찬찬히 이야기하였다. (「혼불」)

역사 선생 심진학의 말은 “전주의 옛이름은 완산(完山)이었다.”로 시작된다.

“제군들이 앉아 있는 여기는 백제, 마한의 옛땅이다. 한반도 서남지방에 자리한 전라도의 행정과 군사 및 교통과 산업, 그리고 문화의 중심지로서 전주는 그 이름을 떨치고 있지. 흔히 전주를 천 년 고도라고 한다. ‘천 년’이란 이 고장이 ‘전주’라고 불리기 시작한 이후의 세월을 말하는 것이다.”

전주라는 이름은 신라 경덕왕 16년에 처음으로 비롯되었고, 그 이전에는 ‘완산’이라 불렀었다.

신라 천 년 이전에는 백제 칠백 년이 있었고, 백제 칠백 년 이전에는 마한의 세월이 있었다. 마한의 이전에도 이 고을에 햇살은 다사로웠으니, 그 세월을 다하면 이천 년이 어찌 모자라겠는가.

「혼불」의 독자라면 매년 3월 전주한옥마을을 노랗게 물들이는 산수유꽃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을 것이다.

○ 20명의 시인·작가가 예문으로 소개하는 「혼불」 속 우리말 20개

④여름 아침이면 전주천으로 간다. 바람에 사운거리는 푸른 억새밭 사이를 걷는다. 어제 아침에는 어른 팔뚝만 한 잉어를 보았고, 오늘은 물총새의 노랫소리를 듣는다. (글: 김정경·시인)

*김정경_ 201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으며, 그해 문화예술위원회 차세대예술 인력지원사업에 선정됐다. JTV와 전주MBC에서 작가로 일했다. 시집 『골목의 날씨』를 냈다.

∥글·사진_ 최명희문학관

전체 115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영상] 2023년 영상으로 만나는 최명희문학관 (1월~9월)
최명희문학관 | 2023.02.02 | 추천 0 | 조회 832
최명희문학관 2023.02.02 0 832
89
(영상) 2022년 11·12월 영상으로 만나는 최명희문학관
최명희문학관 | 2023.01.05 | 추천 0 | 조회 331
최명희문학관 2023.01.05 0 331
88
(영상) 2022년 9·10월 영상으로 만나는 최명희문학관
최명희문학관 | 2022.12.02 | 추천 0 | 조회 324
최명희문학관 2022.12.02 0 324
87
[글]최명희 소설가의 단편소설 「쓰러지는 빛」 전문
최명희문학관 | 2022.11.18 | 추천 0 | 조회 970
최명희문학관 2022.11.18 0 970
86
(영상) 2022 한옥마을 문화시설 특화축제! 그 현장 속으로
최명희문학관 | 2022.11.09 | 추천 0 | 조회 336
최명희문학관 2022.11.09 0 336
85
(영상) 2022년 7·8월 영상으로 만나는 최명희문학관
최명희문학관 | 2022.09.27 | 추천 0 | 조회 498
최명희문학관 2022.09.27 0 498
84
[영상]창작동화 <백제인 마루>
최명희문학관 | 2022.08.11 | 추천 0 | 조회 479
최명희문학관 2022.08.11 0 479
83
[영상]소설낭독 <「혼불」 속 견훤대왕 이야기>
최명희문학관 | 2022.08.11 | 추천 0 | 조회 486
최명희문학관 2022.08.11 0 486
82
[영상]2022년 6월 영상으로 보는 최명희문학관
최명희문학관 | 2022.07.12 | 추천 0 | 조회 472
최명희문학관 2022.07.12 0 472
81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20/20)_ 함초롬하다
최명희문학관 | 2022.06.17 | 추천 0 | 조회 704
최명희문학관 2022.06.17 0 704
80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19/20)_ 포르릉
최명희문학관 | 2022.06.17 | 추천 0 | 조회 570
최명희문학관 2022.06.17 0 570
79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18/20)_ 찰찰히
최명희문학관 | 2022.06.17 | 추천 0 | 조회 541
최명희문학관 2022.06.17 0 541
78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17/20)_ 조롬조롬
최명희문학관 | 2022.06.17 | 추천 0 | 조회 566
최명희문학관 2022.06.17 0 566
77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16/20)_ 이무럽다
최명희문학관 | 2022.06.17 | 추천 0 | 조회 524
최명희문학관 2022.06.17 0 524
76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15/20)_ 욜랑욜랑
최명희문학관 | 2022.06.17 | 추천 0 | 조회 519
최명희문학관 2022.06.17 0 519
75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14/20)_ 옴시레기
최명희문학관 | 2022.06.17 | 추천 0 | 조회 554
최명희문학관 2022.06.17 0 554
74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13/20)_ 온달
최명희문학관 | 2022.06.17 | 추천 0 | 조회 540
최명희문학관 2022.06.17 0 540
73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12/20)_ 오모가리
최명희문학관 | 2022.06.17 | 추천 0 | 조회 584
최명희문학관 2022.06.17 0 584
72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11/20)_ 애오라지
최명희문학관 | 2022.06.17 | 추천 0 | 조회 513
최명희문학관 2022.06.17 0 513
71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10/20)_ 아리잠직
최명희문학관 | 2022.06.17 | 추천 0 | 조회 684
최명희문학관 2022.06.17 0 684
70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9/20)_ 소담하다
최명희문학관 | 2022.06.17 | 추천 0 | 조회 643
최명희문학관 2022.06.17 0 643
69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8/20)_ 사운거리다
최명희문학관 | 2022.06.15 | 추천 0 | 조회 708
최명희문학관 2022.06.15 0 708
68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7/20)_ 발싸심
최명희문학관 | 2022.06.15 | 추천 0 | 조회 600
최명희문학관 2022.06.15 0 600
67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6/20)_ 몽글다
최명희문학관 | 2022.06.14 | 추천 0 | 조회 606
최명희문학관 2022.06.14 0 606
66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5/20)_ 다보록하다
최명희문학관 | 2022.06.14 | 추천 0 | 조회 503
최명희문학관 2022.06.14 0 503
65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4/20)_ 나훌나훌
최명희문학관 | 2022.06.11 | 추천 0 | 조회 523
최명희문학관 2022.06.11 0 523
메뉴
error: 콘텐츠가 보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