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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의 선물(글과 영상)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2/20)_ 곰살갑다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2-06-10 10:40
조회
687


‘곰살갑다’는 성질이 보기보다 상냥하고 부드럽다는 뜻으로 곰살가워·곰살가우니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소설 「혼불」에서 ‘곰살갑다’는 인물의 성격과 재주를 표현하는 단어로 여러 번 나온다.

청암부인의 성격을 소개하며 곰살가운 사람은 아니라고 말하고(①), 이기표가 강모에게 효원의 성격을 말하며 곰살가운 데가 없어 무뚝뚝하다고 표현한다(②).

①청암부인은 효원에게 그다지 각별하지는 않았다. 본디 부인은 어느 누구에게나 곰살갑고 잔정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효원은 그것이 조금도 서운하지 않은 것이었다. (「혼불」)

②“대실 질부한테는 네가 눈치껏 운을 띄워 봐라. 할머님 저렇게 실섭하여 누워 계신데 핑계야 얼마든지 댈 수 있지 않으냐? 약차(藥借)하시라는 친정의 성의라고 해도 좋고 다른 무슨 구실이라도 좋겠지. 그 질부가 남달리 명민하다면 이런 일쯤은 본인이 먼저 나서서 일을 추진하련만, 그 사람 마음이 곰살가운 데가 없어 무뚝뚝하기가 쇠망치 같은 성품이 아닌가. 기왕에 일이 이 지경에 이르러 대대로 내려오던 성씨마저 잃어 버린 마당인데, 무엇으로든지 집안의 기둥을 탄탄하게 붙들어 매야 할 것이 아니냐.” (「혼불」)

박달방망이·빨랫방망이·홍두깨 등을 깎아서 파는 모갑(毛甲)이의 솜씨를 자랑하며 유난히 곰살갑다고(③), 재담도 잘하고 아는 이야기도 많은 아랫마을 임서방을 소개하며 손재주까지 곰살갑다고(④) 칭찬한다.

③유난히 솜씨가 곰살가워 일 맵시가 남 다른 그의 손으로 만드는 것 중에 일품은 아무래도 나막신이었다. (「혼불」)

④비록 타성바지지만 행동거지 눈 밖에 나지 않게 처신할 줄 아는데다가 남다른 붙임성도 있고, 손재주까지 곰살가워 박대를 받지는 않았다. (「혼불」)

마음이 산란하다가도 솥전을 어루만지면 저절로 푸근히 가라앉곤 했다는 오류골댁의 고운 성정을 일컬을 때도 곰살갑다는 단어가 쓰인다(⑤).

⑤새각시 제금 나서 살림을 맡아, 맨 처음 솥을 닦던 그날로부터 이날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날 빼놓지 않고 항상 되풀이해 온 일과, 그것은 한없이 경건하면서도 엄숙하고 곰살가운, 오류골댁만의 의식이었다. (「혼불」)

오류골댁의 손길에 솥단지는 날이 갈수록 질이 났다. 무쇠 속에 깊이 배어 톡톡한 검은 빛이 교기(嬌氣)로울 만큼 자르르 두텁게 윤택하고, 솥뚜껑 감촉 또한 쇠가 아니라 살인 것처럼 체온이 어렸을 것이다.

○ 20명의 시인·작가가 예문으로 소개하는 「혼불」 속 우리말 20개

⑥달팽이가 되어가는 우리 아빠의 할머니, 내겐 증조할머니. 허리를 주물러 드리면 할머니께선 내 손을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주름 자글자글한 볼에도 대며, “요것이 곰살갑진 않아도 속정이 깊어야!” 그러신다. (글: 조석구·시인)

조석구 시인은 ‘곰살갑다’는 단어에 증조할머니와 증손녀를 떠올렸다. 곰살가운 성품의 조석구 시인다운 다정다감한 생각이다.

*조석구_ 2015년 『시선』 신인발굴시인 등단했다. 『문예연구』, 『작가의눈』 등 여러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고 있다.

∥글·사진_ 최명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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