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심을 지닌 땅

언론에 비친

[전북의 소리 20200107] '혼불', 한얀 눈 위의 설레는 만남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1-01-16 15:56
조회
508

 


매체: 전북의소리

날짜: 2021년 1월 8일

제목: '혼불', 한얀 눈 위의 설레는 만남

출처http://www.jbsori.com/news/articleView.html?idxno=2793

쓴이: 박주현 기자


 



전주시 적진구 건지산 자락의 혼불문학공원 입구.
전주시 덕진구 건지산 자락의 혼불문학공원 입구.

"살아 있는 사람들한테는 누구에게나 혼불이 있다고 합니다. 혼불이란 정신의 불, 목숨의 불, 감상의 불, 또는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하는 정령의 불을 가리키는 것이지요."

최명희 작가의 '혼불'은 그 안에 무수한 '작은 이야기'들을 섞고 있다. 노래의 한 대목, 풍속에 대한 문서자료, 물건의 유래, 고사와 민담, 때로는 방대한 사료까지도 서슴없이 인용된다. 때로는 '읽기'가 지겨울 적도 있지만, 정확하고 다채롭게 기술된 겨레의 숨결을 드러낸 풍속사로서 우리네 민족 문화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언어는 정신의 지문(指紋)인데, 혼을 어떻게 기계로 담아내느냐'며, 컴퓨터 키보드를 끝내 거부하고 수만 장의 원고지 칸을 또박또박 채워간 사람. 그 많은 수상들이 되려 무색한 진정한 장인 정신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이기에 난 매일 아침 그녀를 찾는다.

'최명희 혼불', 소복한 눈 위에 만나니 더 '설레'
 살짝 내려 앉은 눈으로 뒤 덮인 '눈단풍'
살짝 내려 앉은 눈으로 뒤 덮인 '눈단풍'


3-4년 전만 해도 매일 아침 걷는 산책로여서 늘 작가의 글들이 새겨진 조그만 돌비석과 얼굴을 그려낸 석상이 나를 반겼다. 첫눈이 수북이 쌓인 휴일 이른 아침 아들을 깨워 하얗게 수놓은 건지산 자락을 산책하곤 했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인터넷신문과 계간지를 만들면서 부터는 새벽부터 무슨 일이 그리도 많은지 도무지 자리를 뜰 수 없다. 그러나 이 일을 하기 전에는 덕진공원 인근 건지산에 자리한 혼불문학공원은 거의 매일 즐겨 찾던 산책로였다. 

도심에 위치해 있어 시민들이 언제든지 들러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혼불문학공원이 위치해 있는 건지산을 마주하며 살고 있어서 이른 아침 산책하며 나름대로 사색에 젖어 보는 1시간 가량이 기다려지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되었던 시절이 문득 그립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면 불과 덕진공원을 끼고 도는 건지산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시간이 20~30분. 다시 능선을 타고 20~30분 가량 걷다 보면 최명희 선생의 묘가 있는 혼불문학공원을 비롯해서 세계소리문화전당과 동물원, 체력공원 등이 기다리고 있다.
 

최명희 작가 묘지임을 알리는 비석과 석상
최명희 작가 묘지임을 알리는 비석과 석상


눈 내린 혼불, "사랑하는 이여, 아직 돌아오지 말라..." 

한 때는 '만보기'를 차고 1시간 30분 가량 걷다보면 최명희 작가의 묘와 혼불문학공원에서 동물원, 덕진공원까지 거의 일주할 수 있는 거리인데 그래도 만보기엔 만보가 다 차지 않는다. 만보를 걷는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절실히 느끼곤 했다.

어쨌든 여느 해와 달리 올 첫눈은 새해 벽두부터 제법 분위기를 내며 한껏 자태를 뽐낸다. 눈 위를 걸으며 코로나도 잊은 채 새삼 추억과 사색에 빠져 들어 본다.

 최명희 혼불문학공원 입구엔 어느새 많은 혼불들의 발걸음이...
최명희 혼불문학공원 입구엔 어느새 많은 혼불들의 발걸음이...


평상시와는 다르게 산책로가 미끄러운지라 속도를 좀처럼 낼 수 없다. 그래도 마음 먹고 설경을 담기 위해 카메라까지 지참했으니 하얀 눈이 수북히 쌓인 산책로를 따라 그녀를 만나러가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진다. 
"사랑하는 이여 아직은 돌아오지 말라. 천지에 난만한 꽃 피어나 독하게도 휘황하여 아득한 어질 머리 일으킬지라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그녀의 숨결이 느껴지는 혼불문학공원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찾아 볼 수 없었지만 그들의 발자국들은 이미 사방 눈 위에 흩어져 있었다. 

"인간의 본원적 고향으로 돌아갔으면..." 

'혼불'작가 최명희(1947~1998) 선생은 1947년 10월 10일 전주에서 태어나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쓰러지는 빛'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등단 직후 '혼불'을 쓰기 시작해 이듬해 동아일보 창간 60주년 기념 2,000만 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에 '혼불'(제1부)이 당선됐다. 그리고 1988년부터 1995년까지 무려 7년 2개월 동안 월간 '신동아'에 '혼불' 제2~5부를 연재했다. 그는 그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1년에 걸쳐 정밀하게 보완, 1996년 10권을 완간하고 2년 후인 1998년 12월 11일 안타깝게도 암으로 별세했다. 

'혼불'은 1930년대 전북 남원의 한 양반가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쓰러져가는 종가를 지켜가는 3대 며느리의 이야기를 축으로 해 농민들의 치열한 삶을 서사적으로 그렸다. '혼불' 10권을 미완으로 남겨 놓은 채 5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작가의 모교인 전북대에서는 '혼불'을 주제로 한 연구발표 모임이 있고, '최명희와 혼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추모 행사를 갖는다. 

이 소설의 무대가 남원인데다 작가는 전주에서 대학을 다니며 성장했다는 점에서 매년 그가 태어난 10월 10일과 또한 생을 마감한 12월 11일을 전후해서 양 지역에선 혼불기념사업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몰락해 가는 한 양반가를 지키는 며느리 3대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힘겨웠던 삶과 인간의 보편적인 정신세계를 탁월하게 구현해 낸 이 작품은 어둡고 억눌린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꺼져가는 혼불을 환하게 지펴 올린 해원(解寃)의 한마당이었다는 점에서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가 인간의 본원적 고향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이와 같은 작가의 말은 인간의 각박한 세태를 일깨워 주는 듯 작품으로 표출되기도 했지만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우리 민족혼의 원형'이라 부르고 있지 않는가.

특히 호남 지방의 세시풍속 관혼상제 음식 노래 등을 결 고운 언어로 생생하게 복원해냄으로써 우리 풍속의 보고(寶庫), 모국어의 보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높푸른 하늘을 하얗게 쳐다보는 건지산 자락
높푸른 하늘을 하얗게 쳐다보는 건지산 자락


1996년 12월 드디어 200자 원고지 1만 2,000장 분량의 '혼불' 10권이 완간되어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17년에 걸친 대장정이 마무리되는 순간에 그녀의 건강은 극도로 악화되었고 탈진과 혼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애절한 사연은 두고두고 가슴 아프게 한다. 
이 때문에 '혼불'을 읽고 기억하는 일은 주로 문단 밖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지역 언론계에서도 그의 추억을 말하기 좋아하는 원로 언론인들과 작가들이 주로 찾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눈물 많고 웃음 많은 정한(情恨)의 여자" 

고인의 살아 생전에 열렬한 팬이었다던 한 언론인은 "최명희 작가는 눈물 많고 웃음 많은 정한(情恨)의 여자였다"며 "늘 세상이 낯설어서 몸 둘 곳 없어 했는데 그 낯선 세상을 향하여 인간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무너지고 또 무너져도 마침내 남는 것이 무엇인지를 독백처럼 조용히 이야기했다"고 말하곤 했다. 

 "사랑하는 이여 아직은 돌아오지 말라..." 고인의 글귀가 새겨진 돌비석
"사랑하는 이여 아직은 돌아오지 말라..." 고인의 글귀가 새겨진 돌비석


그러나 혼불문학을 계승, 심화, 확산 시키기 위해서는 주관기관이나 단체들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자주 제기돼 왔다. 혼불 소설의 주된 배경지인 남원 사매면에 혼불 문학마을이 조성됐고, 전주에는 그의 묘소와 한옥마을에 최명희문학관이 있다.
예전엔 혼불 관련 행사를 작가가 타계한 날인 12월 11일에서 탄생한 날인 10월 10일로 옮기는 등 다소 산만한 느낌을 안겨주기도 했다.

눈은 언제 어디서나 같은 색을 지니고 있다.
눈은 언제 어디서나 같은 색을 지니고 있다.


혼불기념사업회와 전주시, 남원시 등 해당 자치단체들이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학계와 언론계에서도 많은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혼불'은 1990년대 한국 문학의 최고 성과로 평가 받아왔기에 더욱 체계적인 승화, 확산 노력이 절실하다.

전라고 교정에 소복이 쌓인 하얀 눈.
전라고 교정에 소복이 쌓인 하얀 눈.

이런 저런 생각에 그녀의 공간에서 눈을 밟으며 서성이다 믿기지 않을 만큼의 엄청난 눈바람이 갑자기 몰아닥쳐 마치 혼불처럼 빠져 나왔다.
산 아래에 도착하니 전라고 교정에도 어느새 소담스런 눈이 예쁘게 소복이 쌓였다. 코로나도 물러가고 풍족하고 평온한 시간이 어서 찾아 오길 하얀 눈을 밟으며 간절히 소원해 본다. 

전체 5,386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5341
[한국공보뉴스 20231115]전주한옥마을에 이색 정원 6곳 조성
최명희문학관 | 2023.11.30 | 추천 0 | 조회 36
최명희문학관 2023.11.30 0 36
5340
[환경과조경 20231115]전주한옥마을에 정원작가·초록정원사·주민이 함께 꾸민 이색정원 6곳 들어서
최명희문학관 | 2023.11.30 | 추천 0 | 조회 37
최명희문학관 2023.11.30 0 37
5339
[새전북신문 20231115]전주한옥마을 이색 정원서 `문화산책'
최명희문학관 | 2023.11.30 | 추천 0 | 조회 28
최명희문학관 2023.11.30 0 28
5338
[프레시안 20231114]전주한옥마을, 행정·시민단체·시민 뜻 모아 정원 6곳 조성
최명희문학관 | 2023.11.30 | 추천 0 | 조회 26
최명희문학관 2023.11.30 0 26
5337
[프레시안 20231114]전주한옥마을에 정원작가·초록정원사 꾸민 '이색정원' 6곳 탄생
최명희문학관 | 2023.11.30 | 추천 0 | 조회 26
최명희문학관 2023.11.30 0 26
5336
[뉴시스 20231114]'웰니스관광 대표' 전주한옥마을에 이색 정원 6곳 조성
최명희문학관 | 2023.11.30 | 추천 0 | 조회 31
최명희문학관 2023.11.30 0 31
5335
[미디어이슈 20231114]전주한옥마을에 이색 정원 6곳 조성
최명희문학관 | 2023.11.30 | 추천 0 | 조회 64
최명희문학관 2023.11.30 0 64
5334
[경인투데이뉴스 20231114]전주한옥마을에 이색 정원 6곳 조성
최명희문학관 | 2023.11.30 | 추천 0 | 조회 32
최명희문학관 2023.11.30 0 32
5333
[케이에스피뉴스 20231114]전주한옥마을에 이색 정원 6곳 조성
최명희문학관 | 2023.11.30 | 추천 0 | 조회 31
최명희문학관 2023.11.30 0 31
5332
[미디어투데이 20231114]전주한옥마을에 이색 정원 6곳 조성
최명희문학관 | 2023.11.30 | 추천 0 | 조회 32
최명희문학관 2023.11.30 0 32
5331
[쿠키뉴스 20231114]전주한옥마을에 이색 정원 6곳 들어서
최명희문학관 | 2023.11.30 | 추천 0 | 조회 30
최명희문학관 2023.11.30 0 30
5330
[아시아투데이 20231114]전주한옥마을에 이색 정원 6곳 조성
최명희문학관 | 2023.11.30 | 추천 0 | 조회 31
최명희문학관 2023.11.30 0 31
5329
[뉴스핌 20231114]전주 한옥마을 '정원' 6곳 조성...초록정원사 재능기부
최명희문학관 | 2023.11.30 | 추천 0 | 조회 35
최명희문학관 2023.11.30 0 35
5328
[노컷뉴스 20231114]전주한옥마을에 이색 정원 6곳 조성
최명희문학관 | 2023.11.30 | 추천 0 | 조회 34
최명희문학관 2023.11.30 0 34
5327
[투데이안 20231114]전주한옥마을에 이색 정원 6곳 조성
최명희문학관 | 2023.11.30 | 추천 0 | 조회 34
최명희문학관 2023.11.30 0 34
메뉴
error: 콘텐츠가 보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