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20031210][선택 & 집중]혼불과 최명희

• 매체: 새전북신문
• 날짜: 2003년 12월 10일
• 제목: [선택 & 집중]혼불과 최명희
• 출처: http://www.sjbnews.com/news/news.php?code=li_news_2003&number=206745
• 쓴이: 김선희 기자

■조명사업 5년1998년 12월11일, 작가 최명희가 운명했다. 글쓰기 외에 그 어느 것에도 눈길 주지 않았던 이 소설가의 마지막 통과의례가 쓸쓸하지 않도록 몇몇 지인들의 행차가 이어졌다. 스스로 가족을 만들지 않았던 작가의 유택을 마련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혼불의 무대이자 삭녕 최씨의 세거지였던 남원 대신 작가가 태어나고 성장했던 전주로 결정되었고 유택의 지점을 정하는 일에 우석대 김두규 교수가 풍수적 훈수를 두었다. 유택은 작가의 모교 전북대 소유 단풍나무 숲이다. 추모위원회에서 장례 내용을 채우고 공식 절차는 전북애향운동본부 주관의 애향장으로 이뤄졌다. 영결식은 장관이었다. 국화로 장식한 영구차가 시청 앞 광장에서 노제를 지내고 기전여고와 전북대 등 모교를 거쳐 묘역에 다다랐다. 몹시도 차고 매운 날, 최명희는 영구히 몸을 눕혔다.혼불과 최명희 조명사업은 그를 사랑했고 기억하는 이들에 의해 진행됐다. 서울에서는 혼불을 출판한 한길사가 중심이 되어 ‘혼불과 최명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대표 강원룡 목사)이 만들어져 생전의 최명희에게 소설가 최초의 공식 팬 모임이라는 계관을 안겼다. 전주에서는 98년 결성한 추모위원회가 1주기 추모제까지 마치고 2000년 ‘혼불기념사업회’(운영위원장 두재균 전북대총장)로 확대개편됐다. 남원에서도 지난 1월 자발적 독자모임 ‘남원 혼불을 사랑하는 모임’(회장 박종수 시인)이 만들어졌다.전주시는 혼불기념사업회와 힘을 합쳐 2000년 전주시 덕진동 묘역에 작고 아름다운 혼불문학공원을 조성했다. 평소 최명희의 뜻대로 조촐하되 누구나 편안히 쉬어갈 수 있는 예쁜 공간이다. 전주시 풍남동 생가터에는 표지석이 세워졌다. 묘역과 생가의 조형물 글씨는 하석 박원규가 썼다. 최명희문학관 건립이 문화관광부의 지원 결정으로 탄력을 받아 2004년 준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2002년에는 월드컵 기념 특별공연으로 전주시립국악단이 ‘대서사음악극-혼불’(지휘 심인택) 공연으로 음악적 성가를 높였다. 혼불기념사업회는 2001년 제3기 추모제부터 ‘혼불문학제’로 이름을 바꾸어 학술상을 시상하고 최명희청년문학상을 제정, 시상했다. 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와 학술대회를 개최하여 혼불의 학술적 조명 작업을 해오고 있다. 2002년에는 서울쪽에서 운영하던 사이트와 합쳐 공식 인터넷 홈페이지(www.honbul.net)를 운영하고 있다. 남원시는 사매면 노봉마을 일대에 혼불문학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국비와 도비·시비가 투입 되는 이 사업은 혼불과 최명희 관련 인프라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 현재 공정이 70% 정도이며 2004년 상반기 개관을 목표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남원 혼불을 사랑하는 모임이 조언을 하고 있다. 생전의 최명희는 “단 한 사람만이라도 오래오래 나의 하는 일을 지켜보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소망했으나 그의 유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