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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포스트 20230201] 2023년 2월에 권하는 두 권의 책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3-02-01 16:52
조회
273
2023년 2월 추천인은 소설가인 혼불기념사업회 김병용 대표다.

김 대표는 채만식의 소설 「탁류」 속 채봉이의 운명이 못내 궁금한 여성에게 이준호의 장편소설 『탁류의 시간』(강·2019)을, 밤새 눈길을 걸어본 남성에게 정양의 시집 『암시랑토앙케』(몰개·2023)를 권했다. 아래는 추천인이 뽑은 작품 속 문장과 책을 권하는 한 마디다.

“이모한테 뽀뽀해야지.”

초봉이 앉으며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입술을 뾰족하게 내민 송희가 소리 나게 입을 맞췄다. 숨결에서 우유 비린내가 났다. 양손으로 송희의 볼을 잡았다. 아직 고통과 시련을 알지 못하는 눈과 입, 얼어서 복숭앗빛인 볼. 초봉은 송희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눈을 크게 떴다.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었다. 지금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압축되고 정제된 말. 그런데 너무 많은 말들이 한꺼번에 우우 일어나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채만식의 「탁류」는 그 시절, 이리저리 치이고 차이며 삶의 절벽까지 내몰린 채봉이 결국 형보를 살해하면서 끝이 난다. 나는 이 소설의 결말이 마땅치 않았다. 살인 전과자로 종지부 찍어버리면 채봉은 영원히 단죄된 상태로 남게 되는 것. 송희는 또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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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의 이 소설은, 작가들이 대개 한 번은 생각해보지만 도전하지 않는, 선배 작가의 후속편을 쓰는 일에 과감히 도전한 결과물이다. 그 희귀함도 남다르지만, 작가의 붓끝에서 되살아나 해방 이후의 혼란상과 한국전쟁의 참화를 통과해가는 인물들의 고된 행진은 놀랍기만 하다. 역사는, 사람들의 살림살이는 계속되고 슬픔도 고난도 억울함도 여전하다. 왜 이 작품의 제목을 ‘탁류의 시간’으로 정했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한반도의 시간, 여성의 일생은 이렇게 흘러 흘러 왔다.

남승재라는 매력적인 인물이 왜 주변부에만 존재하는 것인지, 아쉽게 생각했던 독자라면 더더욱 일독하길 권한다.

갈 데가 / 집뿐인가집뿐인가 / 곱씹으며 집으로 가던 / 눈 내리던 밤이 있었다 // 가고 싶은 데가 / 고향뿐인가고향뿐인가 / 고향길 잃은 눈발들이 / 지워도 지워도 되묻는 밤

반백 년 넘게 전북 문단을 지켜온 노시인의 신간 시집을 읽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 이토록 팽팽하게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니…! 시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말과 행동이 아닌 시로써 가르쳐주는 시집이라 생각된다.

겨울밤 눈길을 걷는 일은 스산하고 위태로운 일.

절로 종종걸음치게 되고 시린 발과 손, 귀 때문에 어디로 가는지 정신이 없다, 추위와 어둠과 눈발 앞에서 머릿속은 하얘진다. 그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본능만이 작동한다. 집과 고향으로 달려가는 그 마음은 갸륵한 것인가, 강퍅한 것인가? 어둠과 추위와 눈발 속에서도 걸음을 멈추고 질문하는 자, 그가 시인이다.

김 대표는 1990년 『문예중앙』 중편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그들의 총』, 『개는 어떻게 웃는가』, 기행산문집 『길 위의 풍경』, 『풍경 밖을 서성이다』 등이 있다.

최명희문학관은 올해 1월부터 매월 두 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한 여성과 ○○한 남성에게 슬쩍, 권하는 책이다. 책 선정 기준은 △전라북도와 관련된 시인·작가의 작품 △온·오프라인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는 도서로, 전주의 문학인·출판인·언론인·교육인들이 선정위원으로 참여한다. 최명희문학관은 ‘한달에두권’에 소개된 책을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최명희문학관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공지하는 것은 물론, 문학관을 찾은 관람객에게 관련 글을 나눠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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