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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포스트 20220616]최명희문학관, 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7/20)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2-06-16 17:44
조회
289
‘발싸심’은 팔다리를 움직이고 몸을 비틀면서 비비적대는 짓, 어떤 일을 하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고 들먹거리며 애를 쓰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소설 「혼불」에서 ‘발싸심’은 두 번 나온다.

단어가 주는 발랄하고 발칙한 어감 때문인지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만동이와 옹구네가 등장하는 부분이다.

첫 번째는 만동이와 백단이 부부가 투장(偸葬)을 말하면서다.

“점쟁이고 무당이고 새로 난 사램이 잘 맞히고 영험헌 거이나 같은 이치라. 새 기운이 무선 거잉게. 짐 나가 부린 자리, 써서 멋 헐 거잉가. 실속도 없이 껍데기뿐인디.”

날이 갈수록 시름없어 애달파하는 서방 만동이의 모습을 보다 못한 백단이가 한번은

“오래된 산소라도 멩당은 멩당일 거인디 거그라도 쓰먼 어쩌겄소?”

물었을 때 만동이는 시큰둥하니 그렇게 대답했었다.

“나서야 말이제. 누가 몰라서가 아니라.”

“지달러야제.”

“애를 닳지 말든지.”

“멤이 씨인디 어쩔 거이여.”

①“씨인다고 되야, 긍게? 그런 일이 맘대로 되는 거이먼 멋 헐라고 일없이 한 세월을 지관 앞세우고 팔도를 도는 사램이 있고, 사랑에다 드글드글 멩사 멩풍 돌팡이끄장 멕이고 입히고 재움서 세월에 좀이 실게 지달른다요? 맘대로 안됭게 그러제. 내가 자리 찾는 것도 아니고 지달렀다가 넘이 자리 옆구리 따고 들어갈람서 발싸심만 헌다고 되간디? 그런 일이? 멩당 쓸라다 집안 망헌 사람 하나둘 보능게비? 쓸 때 잘 써야제 무단히 서둔다고 먼 일이 되야 긍게? 다 적공(積功)에 인연이 익어야제에. 나도 제발 시압씨(아버지)한테 효부로 효도헐래서가 아니라, 나도 좀 호강허고 살고 우리 금쪽 같은 아들내미 귀남이란 놈 생각해서라도 꼭 좋은 디로 이장해 디리고 잪응게, 어디 또 지달러 봅시다. 아무러먼 양반이라고 불로장생들만 해서 초상이 안 날랍디여? 누군가 죽겄지. 삼천갑자 동방색이도 때 되먼 다 죽는디.”

“아무나 죽어 갖꼬 멩당을 간당가?”

“아 긍게 죽어도 심있는 양반 죽기를 지달를랑게 쉽들 안헝 거 아니요오. 송사리사 냇갈에 가먼 짝 깔렸지마는.”

“휘유우.”

“한숨 쉬지 마씨요. 부정타게. 맘을 질게 묵어야제 그렇게 한숨으로 토막을 치먼 쓰간디. 신명이 돌아보먼 방정맞다 그러시겄소.”

“저어그 대산면(大山面) 한울리 어딘가는 시암 속에도 멩당이 있다고 허드마는. 그게 있을라먼 그렇게도 있는 거인디.”

“아이고, 쉬울라먼 그럴 수도 있겄지마는 까딱 한 치 잘못되면 죽은 멩당을 써서 패가 망신 동낭치 되는것도 한순간이랍디다.”

부부의 이야기는 곁에서 듣고 있던 귀남이가 끼어들면서 남원의 명당 이야기로 이어진다.

두 번째는 옹구네와 춘복이가 나누는 대화에서 찾아진다.

“어디 갔다 왔대?”

문짝을 잡아당겨 덜크덕 닫으며 옹구네가 춘복이 곁에 바싹 다가앉았다. 춘복이는 움찔하며 조금 비키는 시늉을 하였다.

“내동 찾었그마는.”

②무명 수건목도리를 풀어 탁, 방바닥에 던지는 옹구네 음성이 앵돌아졌다. 딴에는 며칠 전부터 궁리를 거듭하여 벼르고 벼르던 일을, 오늘밤에 드디어 큰마음 먹고 해낸 끝인지라, 비오리네 주막에서 나오는 걸음으로 주막 앞 솔밭 삼거리 달집 사르는 언저리에서 두근두근 어정거리며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춘복이가 이제나 오나, 저제나 오나, 애를 태우고 발싸심을 했었다.

옹구네는 비오리한테 강실이 이야기를 한 것이며, 비오리와 그 어미의 반응이 어떻더라는 말을 어서 하고 싶어서 몸이 달아 있었다.

보라, 내가 너를 위해서 하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다. 너와 나는 한 패다. 그러니 너는 절대로 나를 버려서는 안된다. 는 것을 그네는 춘복이한테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옹구네를 비롯한 그들의 혀는 무서운 소리로 타오르는 불꽃이 되었다.

○ 20명의 시인·작가가 예문으로 소개하는 「혼불」 속 우리말 20개

⓷교실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는 부들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킹콩샘의 수업시간에도 밖으로 나가고 싶어 발싸심했다. (글: 윤일호·동화작가)

윤일호 작가의 『가만두지 않을 거야!』는 어린이들이 겪고 있는 분노 조절 장애 또는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를 다룬 동화책이다. 이 책에는 “왜 가만히 있지 못하고 그리 발싸심이냐?”라고 말하는 어른들과 친구들이 제 뒤에서 소곤대는 말을 듣고 자신을 ‘분노 조절 장애’, ‘구제불능 구부들’이라고 말하는 부들이가 산다. 책을 펼치고 다정하게 응원해 주는 친구가 된다면 세상 곳곳의 부들이들은 먼저 다가와 웃음을 선사해줄 것이다.

*윤일호_ 전북 진안의 작은 학교에서 흙, 땀, 정을 소중히 여기며 아이들과 지내고 있다. 교육에세이 『학교가 돌아왔다』 『어른들에게 보내는 경고장』, 동화 『학교가 살아났다』 『가만두지 않을 거야!』를 냈다.

∥글·사진_ 최명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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