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중앙신문 20061122]사설: '최명희 전주천 행사' 성공 기대한다

최명희 문학관이 의미있는 행사를 개최한다. 모레, 즉 토요일인 오는 25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전주 한벽교에서 시작해 다가교까지 전주천을 따라 걷는 ‘소설가 최명희의 작품을 읽으며 걷는 전주천’행사가 그것이다. 최명희의 작품도 읽고 초청강사들의 전주천에 얽힌 얘기들을 들르며 함께 걷는 그 맛이란 매우 각별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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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지나는 다리만 해도 한벽교를 비롯 남천교, 마전교, 매곡교, 서천교, 염전교, 사마교 등에 이른다. 거기에 얽힌 사연들을 들으면서 전주천을 노래하는 그 자체와 최명희를 함께 추억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체성과 함께 애향심과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지난 날, 워낙 궁핍한 삶을 살다보니 전주천의 소중함을 거의 외면했었다. 무차별 개발과 훼손 속에 전주천을 수도 없이 망가뜨렸었다. 그 과정에서 낭만도, 추억도 사라졌다. 다만, 문학 등 작품 속에 갖가지 사연들이 일부만 겨우 녹아들어 남았지만 그것조차 대부분의 시민들은 아예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훗날 어느 정도 먹고 살기 편해지고 나서야 환경의 소중함을 알고 전주천을 조금씩 소생시켜 지금에 이르렀다. 사실 전주천의 역사는 전의 역사 그 자체다.

천년고도인 전주의 삶의 모습들이 그 천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그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 과정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피고졌는가는 너무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것들을 얘기하고 노래하는 행사인 만큼 그 의미가 더없이 크다는 얘기다.

아울러 전주가 낳은 ‘혼불’의 작가 최명희를 추억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최명희는 한 작품에 무려 17년간이나 매달려 우리 말과 혼의 무늬를 정확하게 복원했으며 당시의 기후와 풍토, 사회제도, 심지어 세시풍속, 관혼상제, 복장과 음식 등을 실증을 통해 형상화하는데 성공한 위대한 작가였다. 그 역시 전주천을 노래했다. 그를 추억하는 행사인데 어찌 큰 의미가 없겠는가.

아무튼 전주가 아니면 도저히 치러질 수 없는 전주만의 행사이기에 한껏 기대된다. 추진 관련자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참여, 대성황을 이뤘으면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