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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포스트 20220624]최명희문학관, 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12/20) ‘오모가리’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2-06-25 12:26
조회
288
‘오모가리’는 ‘뚝배기’의 전주 사투리이며, 전라도에서 찌개를 끓이거나 설렁탕 등을 담을 때 쓰는 오지그릇(붉은 진흙으로 만들어 볕에 말리거나 약간 구운 다음, 오짓물을 입혀 다시 구운 그릇)을 말한다.

소설 「혼불」에서 ‘오모가리’는 딱 한 번 나온다.

①강모의 배웅을 받으며 문간에 발을 걸치고 있는 와중인데도 저렇게 오모가리 단지처럼 으그대고 앉아서 머리카락 솜터럭 한 낱 까딱 않는 것 역시 첩이라 그러할까. (「혼불」)

언뜻 민물고기 이름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오모가리는 뚝배기이며, 전주 남천·서천·남고천, 삼례 한내 등 모래가 있는 전주 지역 냇가에서 흔히 잡히던 모래무지를 비롯해 메기·동자개(빠가사리)·피라미·쏘가리 등 민물고기를 사람 수에 따라 크고 작은 오모가리에 얼큰하게 끓여내는 매운탕이 오모가리탕이다.

천렵으로 유명했던 전주천 냇가에서 민물매운탕을 끓여 먹는 왁자한 풍경은 흔전만전했지만, 오모가리탕의 시작은 1960년대부터다. 한벽루 부근에서 하숙을 치던 집주인이 마땅한 반찬이 없어 전주천에서 물고기를 잡아 끓여줬는데, 그 맛이 소문을 타고 퍼졌다. 당시는 스테인리스 냄비가 귀해 오모가리(뚝배기)에 끓였다. 오모가리에 끓여 내놓은 탕은 오랫동안 뜨겁게 먹을 수 있어 매운탕에 제격이었다. 그 하숙집은 오모가리탕 전문점인 <화순집>이 되었다. 이후 <남양집>과 <김제집>, <한벽집> 등이 자리를 잡았다.

빨간 기름장이 한 겹 얹힐 정도로 걸쭉하게 끓여 나온 탕은 보기만 해도 땀이 솟을 정도로 맵고 얼큰하다. 얇게 저며져 으깨진 가시들의 씹히는 맛 또한 별미다. 걸쭉한 국물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된장 맛이 진해 다른 곳의 민물매운탕과는 다른 풍미가 난다. 민물새우에서 우러난 국물 맛이 어우러져서 그렇다. 부드럽게 씹히는 시래기는 매운탕의 시원한 맛과 감칠맛에 구수한 맛과 걸쭉한 맛을 더한다. 아끼지 않고 넣은 묵은 시래기 한 줄기에 소주 한 잔을 털어 넣으면 그 맛은 풍류의 한 경지다. 푸진 양념은 전주의 인심이라, 더 맛이 깊다.

오모가리탕집은 전주천이 흘러드는 한벽교 아래 둑길을 따라 버드나무와 은행나무가 우거진 냇가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은 전주 지역 물고기 공급량이 적어 다른 곳에서 잡아 온 물고기를 쓰지만, 장수의 오모가리에 전주의 물과 전주사람이 끓이는 탓에 맛은 변함없다.

계절에 따라서 오모가리탕을 찾는 손님의 많고 적음이 뚜렷하다. 하지만, 손님이 적다고 장사를 쉬는 일은 없다. 어느 구름에 비 올지 모르듯, 자리 비울 때 단골손님이 왔다 가기 때문에 언제나 준비 완료다.

○ 20명의 시인·작가가 예문으로 소개하는 「혼불」 속 우리말 20개

②크고 작은 오모가리에 전주천과 한벽루의 흥취를 담아 얼큰하게 끓이는 민물 매운탕이 오모가리탕이다. 간혹 “오목헌 디다 끓잉게 오모가리탕이제.”라는 이도 있지만…. (글: 최기우·극작가)

③민물매운탕을 끓이는 음식점은 전국 곳곳에 있지만, 그 참맛은 전주천과 한벽루의 정취가 더해져야 맛볼 수 있다. 여름날이나 가을바람이 선들선들 부는 날, 버드나무 그늘 평상에 둘러앉아 오모가리탕에 소주라도 곁들이면 옛날 한벽루에 앉아 풍류를 즐기던 선대들이 부럽지 않다. (글: 최기우·극작가)

전주천은 푸지다. 시인 안도현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도시의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시냇물 중에 전주천만큼 맑은 물빛을 간직한 곳을 아직 보지 못했다.”며 “천변에서 키들거리며 연애를 거는 고등학생들처럼 전주는 여전히 맑고 싱싱하다.”고 소개했다. 그리고는 전국의 문인과 독자에게 한 번쯤 전주를 맛볼 것도 권했다. 이럴 때 전주 사람이라면 한벽루 일대에 늘어선 수양버들과 은행나무, 그 아래 오밀조밀 자리 잡은 평상들이 떠오르기도 할 것이다. 이병천 소설가도 그 평상에 앉아서 강연회 일정도, 집으로 돌아갈 생각도 잊은 채 한나절을 보냈다. 차가운 물살과 그 속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과 아이들의 다리를 비집고 유유히 숨바꼭질하는 쉬리 떼들과 곧 지천으로 흩날릴 이파리들의 가뿐 숨소리를 들으면서…. 그리고는 “전주는 흥이 차고 넘치고, 볼수록 들을수록 감칠맛이 도는 곳”이라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 감칠맛은 전주천이 선사한 오모가리탕에서 시작된다.

*최기우_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다. 전북의 역사와 설화, 인물과 언어, 민중의 삶과 유희, 흥과 콘텐츠를 소재로 무대극 집필에 힘을 쏟으며, 희곡집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은행나무꽃』 『달릉개』와 인문서 『꽃심 전주』 『전주, 느리게 걷기』 『전북의 재발견』 등을 냈다. 현재 최명희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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