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심을 지닌 땅

언론에 비친

[광주일보 20201026]문화도시 광주, 이제 문학관이다 전주 최명희문학관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0-10-26 10:55
조회
17362

광주일보 20201026 최명희문학관 소개.jpg

















완연한 가을 날씨, 파란 풍선이 두둥실 떠 있는 듯 하늘은 맑고 공기는 가볍다. 코로나로 움츠렸던 시간을 털어버리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남도의 가을은 어디든 그 색이 푸르고 예쁘지만 전주에 비할 바는 아니다. 남도적인 서정과 기품이 어려 있어, 호남제일문에 들어서면 마음부터서 다잡게 된다. 전라도(全羅道)의 ‘전’이 전주에서 비롯된 것은 가장 전라도스러운 고장이라는 의미를 담뿍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풍남동에 자리한 전주 한옥마을. 두말할 필요 없는 가장 전주다운 곳이다. 한국의 전통과 역사, 문화가 수백 여 채의 한옥과 함께 아름답게 응결돼 있는 곳이다. 혹자는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전라도적인 감성이 깃든 곳이라 상찬한다.

최명희(1947~1998)는 한옥마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다. 마을 한복판에 자리한 최명희문학관에는 ‘전주’의 정신과 ‘최명희’의 얼이 드리워져 있다. 최명희는 고향 전주를 이렇게 표현했다. ‘천년이 지나도 이천년이 지나도 또 천년이 가도, 끝끝내 그 이름 완산이라 부르며 꽃심 하나 깊은 자리 심어 놓은 땅’이라고.

작가 최명희의 모국어 사랑은 고향에 대한 지극한 사랑에서 비롯됐다. 그것은 곧 우리말에 대한 사랑으로 표현할 수 있다. 한때 여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던 시절, 작가는 “모국 소녀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치는 국어선생”이라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생의 의미와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학관에 들어서 독락제(獨樂劑)라는 현판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작가의 성정을 엿볼 수 있는 아담하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는 운치 같은 게 밀려든다. 전통의 감성을 살린 현대적인 구성이 편안하면서도 오래 머물고 싶은 인상을 준다.


내부는 한옥 구조로 돼 있다. 남도의 정서와 옛 향기가 구석구석 배어 있다. 작가의 친필 원고에서부터 지인들과 나눈 엽서와 편지, 생전에 사용하던 펜과 필기도구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고인의 유품이라기보다 지금 현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작가가 여전히 생존한 상태로 글을 쓰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작가를 추념하는 공간이라기보다, 마치 작가가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그만큼 실재적이면서도 실존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아마도 51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평생 창작에 정진하느라 ‘문학과 결혼’을 해야 했던 작가의 삶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그의 대표작 ‘혼불’이 문학관 한켠에 자리해 있다. 나선형으로 쌓인 작품은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이색적인 느낌을 환기한다. ‘혼불’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혼을 이루는 푸른 빛”이라는 뜻이다. 전라도 방언으로 ‘죽기 얼마 전에 몸에서 빠져나가며, 크기는 작은 밥그릇만 하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혼불을 ‘맑고 푸르스름한 빛을 띄는 종발만한 빛’으로 묘사했다.

최명희가 ‘혼불’의 창작에 매달렸던 것은 “근원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죽고 난 후 우리의 영혼이 가는 곳은 어디인가? 이러한 질문의 토대는 바로 ‘혼불’에 닿아 있다.

무릇 예술가란 작고 하잘 것 없는 것에 눈길을 주는 존재지만, 최명희의 눈길은 그런 일상의 시선과는 변별된다. 뭐랄까, 본질에 다가가려는 심미안이 있다. 아마도 이 모든 것은 “언어는 정신의 지문(指紋)”이라는 작가관이 투영된 산물일 터다. 작가는 “나의 넋이 찍히는 그 무늬를 어찌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라는 말로 대상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최명희의 생가는 문학관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있다. 뒤편 골목을 돌아 가다보면 길가에 최명희 생가라고 쓰인 표지석이 보인다. 작가의 옛집은 없지만 표지석이 작가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 같아 반갑다.

1947년 전주시 화원동(풍남동)에서 태어난 최명희는 풍남초와 전주사범병설중, 기전여고를 졸업했으며 전북대 국문과를 나왔다. 대학 졸업 후 10년 간 중고교에서 국어교사를 했다. 그는 교사생활을 하면서 창작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마침내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쓰러지는 빛’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얼굴을 내민다. 이듬해 동아일보 창간 60주년 기념 공모전에 장편소설 ‘혼불’(제1부)이 뽑히면서 중앙문단에 최명희라는 이름을 각인시킨다. 이후 1988년부터 95년까지 월간 ‘신동아’에 ‘혼불’을 제2부~5부까지 연재한다. 1980년 4월 시작된 ‘혼불’의 첫 문장은 이렇다. “그다지 쾌청한 날씨는 아니었다”고.
단문으로 시작한 첫 원고는 그로부터 17년의 세월이 흐른 1996년에야 “그 온몸에 눈물이 차 오른다”로 완결된다. 그러나 창작의 혼을 불태웠던 작가는, 1998년 암으로 생을 마감하기에 이른다. 오로지 ‘혼불’을 쓰기 위해 세상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작가는 진력을 다했다.

‘혼불’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남원의 매안 마을과 거멍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매안 이씨 가문의 삼대를 이루는 청암 부인과 그 아들 이기채 부부, 손자 이강모와 허효원 부부 등이 주 인물이다. 문중을 지키는 종부 3대의 이야기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특히 “나 홀로 내 뼈를 일으켜 세우리라”라는 말을 되뇌이는 청암 부인을 중심으로 소설의 전반부가 진행된다면 후반부는 손자 강모의 이야기와 거멍굴 사람들의 신산한 삶이 다뤄진다. 그러나 소설의 결말은 청암부인의 혼불이 효원에게로 흡수되면서 효원이 종부로서 문중을 지키는 것으로 끝난다.

전시실을 나와 한옥마을을 둘러본다. 고아하고 격조 있는 자리다. 단풍이 들기 시작한 정원은 가을의 정취가 완연하다. 우리 삶도 이 계절 가을처럼 어느 샌가 흔연히 사라져 버릴 터이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가치는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흔적을 남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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